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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런던유학생 리차드

이용승, 2010

[초이스]런던유학생 리차드 대표 이미지
 
책상위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는 ‘동석’. 세무공무원이 꿈인 동석은 세무사 사무실의 ‘서류정리’ 아르바이트를 위해 양복까지 차려입고 사무실을 찾았지만, 결국 그에게 주어진 ‘서류정리’는 계단 구석 한가득 쌓아놓은 서류박스를 다시 정리하는 막노동.
그렇게 땡볕 옥상에 올라간 그는 선임 ‘리차드’를 만난다. 리차드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유학생이자 자신보다 형. 거기다 사무장의 총애까지. 그렇게 단 몇 분만에 자신보다 한 급수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리차드에게 어느덧 마음을 열고 의지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고 지나는 골목. 뒤에서 들려오는 유학생 리차드라는 호객꾼의 목소리에 뒤돌아 본 그는 옥상에서 만난 리차드. 그렇게 둘의 관계에 틈이 생기게 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우리 주변의 모습, 아니 우리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자신의 학력과는 무관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벌을 속이는 리차드와 그런 그의 모습을 대접해주는 사무장과 동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비춰준다. 뿐만 아니라 그런 그가 자신보다 경쟁력이 높은 사람이라고 판단되었을 때와 자신이 그의 진짜 모습을 알고 난 후의 동석의 모습에서는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대한 배신감을 넘어 그 점을 이용해 상황을 역전시키는 비열함 마저 보여준다.

영화속 리차드를 통해 역으로 묻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과연 그가 한 말이 모두 거짓말일까? 부모님은 런던에 살고 있으며, 혼자 한국에서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힘겹게 살고 있는 그의 현실이 과연 비난 받아야 하는 상황인가. 누가 나에게 이렇게 물으면 난 그렇다고 말 할 자신이 없다. 업종이야 어찌 됐든, 모두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여러 겹으로 나누어 살고 있는 그는 어쩌면 가장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또, 동석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뒤집긴 했으나 그 부당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것을 이용하는 모습은 나 또한 여러 번 겪어왔고 실천했던 생존 방식이 아니던가. 결국, 이 미워하지도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가득한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과 함께 씁쓸하게 웃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다.

마지막으로 꼰대정신 가득한 사무장의 말씀 한마디 짚고 넘어 가야겠다.
“핑계대려고 하지 말고 죄송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누가 누구에게 사과해야 하는 건가. 리차드가 사람이라도 죽인건가. 세무사 사무실에 막대한 손해라도 입힌 건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분했을까. 아니면 자신의 부끄러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걸까.

아무래도 사과하는 대상과 사과 받는 대상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무장은 동석에게, 리차드는 동석과 사무장에게. 그리고 동석은 리차드에게. 그렇게 자기반성에 이은 진정한 사과부터하고 다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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