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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불멸의 사나이

문병곤, 2011

[초이스]불멸의 사나이 대표 이미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한 노인이 낡은 아파트에서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집으로 배달이 되고, 노인은 병약한 몸으로 그것을 열심히 조립하기 시작한다. 그 이상한 물건이 점점 조립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길고 단단한 봉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노인은 몸을 씻고 양복을 단정히 입은 채 밧줄을 꺼낸다. 그리고 그 밧줄을 봉에 매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죽은 줄로 만 알았던 노인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불멸의 사나이>는 7분의 러닝타임동안 폐쇄된 공간 안에 노인 한명만 등장하며, 단 한마디의 대사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노인이 홀로 살았을 공간의 흔적을 녹여내며, 노인의 입안 단내가 느껴질 정도로 고요하다. 그리고 영화는 7분 동안 그 노인의 행동을 차분히 보여주며, 영민하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 영화의 매력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무장한 단편영화를 봤을 때의 싱거움이 아닌,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진중함에 있다. 앞서 말한 시놉시스만 보자면, <불멸의 사나이>는 그렇게 끌릴만한 이야기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반전을 뒷전으로 하고서라도 이 영화는 이런 단순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고, 구성했는지에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그 첫 번째로 공간의 연출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공간은 모두 세트지만, 영화에서는 그 공간이 세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파 위의 낡은 이불, 세탁소 봉지가 벗겨지지 않은 양복, 곰팡이가 피어있는 낡은 가족사진, 탁자위에 올려져있는 면봉까지도 모두 노인과 연결이 되어, 그 노인이 살아왔던 세월과 흔적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쉰내가 날정도로 그 자리를 지키는 듯 했지만, 배달된 검정색 봉이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공간은 균열되기 시작한다. 가족사진이 걸려있던 그 자리에는 노인에게 죽음을 가져다 줄 검정색 봉이 장착되고, 바닥에 널브러진 노인의 젊은 시절 사진 위에는 시멘트가루가 앉는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그 어떤 대사보다도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두 번째로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화면의 구성이다. 영화의 무대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인물의 답답함을 표현하기 위해 카메라의 움직임과 화면구성역시 답답해야한다고 말하는데, 영화 내내 잔뜩 찡그리고 있는 인물의 클로즈업을 보고 싶은 관객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세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앵글로 묵묵히 노인의 행동을 따라간다. 이러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그 화면의 구성은 상업영화 못지않은 퀼리티를 보여줌으로서 이 영화에 대한 신뢰를 갖게 만든다. 

세 번째로는 소리의 사용이다. 영화는 대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에 주변의 소음과 노인이 내는 소리를 탁월하게 활용한다. TV에서는 월드컵중계가 한창이다. 수없이 반복해서 보았던 한일월드컵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이제 감흥보다 지겨움으로까지 느껴진다. 환호하고 떠들썩한 월드컵중계 소리는 노인의 적막함을 더 잘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벽을 뚫는 드릴소리, 노인을 맴도는 파리 소리, 목을 맨 노인이 움직일 때마다 덜컥거리는 쇳소리, 딱딱하게 느껴지는 시계 초침소리. 감독은 이런 소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듯 그 템포와 강도를 조율해 하나의 음악처럼 사용한다. 이러한 리듬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불멸의 사나이>는 7분이라는 짧은 단편영화이지만, 앞서 말한 탁월한 연출로 그 속을 가득 채운 영화이다. 그리고 점점 단편영화가 길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불멸의 사나이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을 전달하는 단편영화의 미덕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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