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외가
김형남, 2009
논리적 증거, 설득이 다큐멘터리의 대표적인 기능이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감정’을 느끼고 함께 아픔을 나누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형남 감독의 <외가>는 슬프고 복잡한 감정이 잘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10년 전 이혼한 엄마가 있다. 그녀는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엄마는 딸의 결혼식에 갈 수 없다. 재혼한 아버지가 참석하는 결혼식에 엄마는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마다 나라마다 문화적 풍경이 다르겠지만, <외가>에서 어머니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을 봐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들인 감독 자신이다. 감독은 ‘난 어떡하지’ 라고 말할 뿐 현실에 끼어들지는 못한다. 이미 정해진 집안 사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구성된다. 결혼식을 준비하기 위해 옷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하여, 결혼식이 이루어지는 날, 엄마의 부재를 마지막 장면으로 하고 있다. 참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예상된 결론으로 전개되지만, 그것을 기다리는 엄마와 딸, 그리고 감독의 심리적 상태는 긴장을 유지하고 감정이 살아난다. 차분한 전개 속에서 사람들이 갖는 긴장을 보여주는 편집이 돋보인다. 길지 않는 상영시간이지만, 짧은 사건 속에서 감정의 이완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여기에 딸의 결혼식을 볼 수 없는 - 존재를 부정당하는 - 현실 앞에 선 엄마의 눈물은 관객의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보고 난 뒤 이런 질문이 가능할 수 있다. 과연 감독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엄마의 부재 안에 감추어져 있는 가족의 모습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질문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머리 속 질문을 입 밖으로 던지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게 한다. <외가>는 엄마가 딸의 결혼식장에 왜 갈 수 없는가 라는 아주 상식적인 질문이, 현실에서는 비상식적으로 나타나는 아픔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짧은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지니는 태도를 감성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김형남 감독, 그의 장편 다큐멘터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