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이스]버스데이 보이

박세종, 2004

[초이스]버스데이 보이 대표 이미지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보이 Birthday Boy>는 2004년 프랑스 안시의 영화제에서 처음 보았다. 영화를 보고나서 너무나 익숙한 배경과 스토리 때문에 감독을 알아본 것이 아닌, 너무나 잘 짜인 작품이었기에 누가 만들었을까, 하고 당시의 카탈로그에서 작품정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영화는 대한민국 국적인 아닌, 호주의 작품으로 출품되었다. 그는 이름으로는 분명 한국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국적은 호주로 되어 있어, 대충 짐작으로 교포거나 2세쯤으로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나는 분명히 이 작품은 대상은 아니어도 주요 상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동작과 영화적 장치,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구성이 탄탄하고 뛰어났다. 

그때 그와 나는 프랑스 안시에 같이 있었다. 사실 박 감독보다는 그의 아내(호주인)와 아이, 그리고 그의 시누이를 먼저 만났다. 안시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스위스에 잠깐 갔다 오려고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벽안의 여자가 동양의 여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어린 아이는 이리저리 장난을 치며 엄마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의 작품에 대해 매우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수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페스티벌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1953년의 한국전쟁 말기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전투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부산의 기찻길이 있는 어느 마을, 사람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폐허에 가까운 마을이 소개된다. 첫 장면은 한옥의 지붕 위에 앉은 잠자리를 보여주며 지상으로 내려앉으면 집을 뚫고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에서 볼트와 너트를 주워 모으는 어린 소년 ‘만욱’을 보여준다. 이 첫 장면을 통해 영화의 배경과 하고자하는 스토리의 세계를 요약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주인공 ‘만욱’이 부르는 노래를 통해 주제를 암시한다. 

전쟁의 폐허와 어린 소년의 배치는 기존의 많은 영화에서 전쟁의 가혹함을 드러내기 위해 많이 활용하는 구도이다. 그 만큼 흔한 주제인데, 이런 주제를 다루기는 여간 까다롭지 않다. 조그만 잘못 다루면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전쟁의 의미를 잘 몰라야하고 그것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아이러니와 전쟁의 참혹함을 드러내는 것이 이런 영화의 전략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주제를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증폭시키는가이다. <버스데이 보이>의 스토리는 아주 간단하다. 아들 ‘만욱’이 군대 간 아빠를 기다리며 전쟁놀이에 심취하다 아버지의 전사를 모른 채, 군사우편으로 온 아버지의 유품인 군번줄과 군화를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낸 생일 선물로 받아들이고 천민난만하게 즐긴다. 전쟁의 아픔, 즉 자신에게 다가온 아픔을 모른 채 아이러니하게 전쟁기계들을 끊임없이 복제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가 그냥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어딘가 싱겁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디테일을 담고 있다. 바로 햇살에 대한 표현이다. 영화의 전반에 충만하게 가득 차 있는 것이 햇살이다.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영화 속에는 너무도 밝은 햇살의 눈부시게 쏟아져 내린다. ‘만욱’이 혼자 전쟁놀이 하는 폐허의 골목길은 물론 집에 돌아와 아버지의 유품을 자신의 선물로 오해하는 장면에도 어머니를 기다리다 잠이 든 방안에도 햇살은 영화의 주제가 주는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밝게 빛나고 있다. 

박세종 감독은 햇살이라는 하나의 장치를 가지고 주제를 무한 증폭시킨 것인데, 그래서 이 영화는 햇살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의 작품 속 무거운 주제와 상반되게 표현된 햇살에 우리는 매우 감동하게 된다. 따라서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조차 모르는 천진난만한 소년과 아버지의 유품을 자신의 생일선물로 착각하는 소년의 슬픔을 햇살에 의해 무한 증폭시키고 있다. 

박 감독과 서울에서 처음 만나는데, 그때 그의 아내를 만났었다고 하니 마구 웃어대며 알고 있노라고 하였다. 나는 그의 가족과 스위스 국경을 넘다 호텔방에 두고 나온 여권 때문에 국경에서 쫓겨나야 했다. 이 망신스런 상황을 나중에 그의 아내는 그에게 소상히 얘기해주었다고 한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