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마이 제너레이션
노동석, 2004
모파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이 있다. 가난한 연인이 서로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자신이 지닌 가장 소중한 것을 판다. 노동석 감독의 2004년작 디지털 장편 영화 <마이 제너레이션>에 등장하는 가난한 연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의 상황은 모파상이 그려내는 상징적인 아이러니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석 감독은 `나의 세대`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절망적인 두 청년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세대가 처한 위기를 바라본다.
감독 지망생인 병석은 빚을 내서 산 비디오 카메라로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그의 애인 재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오래지만 직장을 갖지 못하고 사회 언저리에서 맴돈다. 소위 사회에서 인정 받는 번듯한 삶에서 멀어져 있는 두 사람은 이미 지쳐있는 상태다. 그들이 지닌 순수함과, 사회적 약자로서의 신분은 그들을 무방비 상태로 사회의 모순에 노출시킨다. 비난과 경멸의 시선 속에 주눅들어 있는 두 사람은 그래서 우울하고, 매 순간 자기 비하에 빠진다. 부메랑처럼 자꾸만 되돌아오는 불행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 그들에게 죄의식을 강요하고, 사회에 진 `빚`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한마디로 말하면 `반복`의 영화다. 감독은 완만하게 진행되는 내러티브 구조 속에 의도적으로 반복의 모티브를 끼워 넣는다. 노동석 감독은 반복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사회적 모순의 바깥으로 애써 나아가려는 인물들을 자꾸만 제자리로 붙잡아 놓는다. 무언가를 애타게 원할수록 인물들은 점점 그것에서 멀어진다. 거기에는 어떤 운명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결코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모순된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는 불안감은 그의 영화 전체를 감싸 안은 우울한 흑백의 화면을 통해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완만하게 점증되는 하강의 순간들은 인물들을 완전히 타락시키지는 않는다. <크리스마스 선물>에 등장하는 두 가난한 연인처럼, 서로를 위하는 그들은 사회에 진 빚을 자신이 지닌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갚는다(재경이 홈쇼핑 사기로 인해 진 빚을 갚기 위해 병석은 자신의 카메라를 팔고, 재경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다).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무표정하던 두 사람이 감정을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은 건조하기만 한 영화 전체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마침내 보여지는 재경의 눈물은 병석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최초의 감정적 반응이다. 재경은 병석의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는 그에게 말한다. '카메라 끄면 말할게.' 카메라가 꺼진 뒤 재경은 아마도 병석에게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을 것이지만, 영화는 굳이 그 이후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이는 실재의 순간을 포착해 낼 수 있는 이미지의 힘과 한계를 동시에 이해하려는 창작자의 태도일 것이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현실 속에서 영화가 담을 수 있는 진실을 긍정하는 동시에 카메라 바깥에 보다 복잡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