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파리의 도둑고양이
장-루프 펠리시올리 , 알랑 가그놀, 2010
2012년 겨울방학에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할리우드 대작 <장화신은 고양이>가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선사했다면 2011년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던 <파리의 고양이>는 2D 애니메이션의 예술적인 완성도와 대중적인 재미를 통해 관객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었다. 제목을 통해 추축해 볼 수 있듯이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는 프랑스 작품으로 파리를 주 무대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파리의 고양이 스토리 자체는 그렇게 대단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완성도 높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중에 몇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시작과 함께 선한 도둑으로 등장하는 니코가 두 명의 경비원을 농락하며 원하는 보물을 훔치기 위해 이동하면서 보여준 캐릭터의 움직임을 재미있게 풀어나갔다. 애니메이션적인 움직임에 충실하면서도 체조선수와 같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3D보다는 2D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캐릭터의 움직임은 시각적인 즐거움뿐만이 아닌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 니코라는 도둑 캐릭터의 신비한 매력을 느껴볼 수 있었다. 도둑이지만 왠지 악당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는 장치로 설명할 수도 있을 듯 하다.
또한 일러스트적인 아트웍은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예술로서 존중받는 프랑스 작품이라 그런지 미술적인 아트웍의 완성도가 높았다. 공동감독 중에 한명인 장-루브 펠리시올리(Jean-Loup Felicioli)가 2003년 제작에 참여하였던 <개구리의 예언>이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미술을 담당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추축을 해본다. 마치 동화책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름대로의 전형적인 패턴을 갖고 있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지 않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른 느낌으로 낯설어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파리의 고양이>에서 뛰어났던 것 중에 하나는 70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지만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었던 음악의 완성도가 높았다. 음악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여 구체적인 설명은 쉽지 않지만, 이야기의 전개 안에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로서의 음악의 완성도가 높았다. 관객을 철저하게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평소에 할리우드 메이저 작품만 봐왔던 관객이라면 새로운 즐거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독은 스토리 안에서 대비되는 설정을 통해 긴장감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선한도둑과 악랄한 갱단을 대비시켜 선악구조를 명확히 하여 악당과의 대립을 통해 관객들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하였고, 악당 중에서도 같은 편끼리의 캐릭터성도 충돌하게 설정하였다. 갱단 두목의 악랄함에 비해서 부하들은 영리하지 못하고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의 캐릭터로 설정한 것이다. 한 예로 갱단 두목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부하들에게 명령을 하지만, 부하들은 이를 실행하기 보다는 문제해결을 방해하는 존재로 보이면서 웃음을 주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그 외에도 담벼락 위에 있는 고양이 디노가 부러운지 아니면 낯선 존재를 발견한 자신을 알아달라고 열심히 짖는 강아지를 보여줌으로써 웃음과 함께 영리한 고양이의 모습과 조금은 모자란 듯한 개를 대비시켰다.
<파리의 고양이>는 국내에서 아직까지 정식 개봉한 작품이 아니다. 올해 4월에 개봉한다는 기사를 확인한 바 있어 조만간 일반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국내 개봉명은 <파리의 도둑고양이>이다. 개인적으로는 좀더 많은 관객들이 본 애니메이션을 접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분야이던지 다양한 작품이 관객들과 만날 때 어떤 방식으로든지 발전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편식이 너무 심한 국내 관객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소식으로는 2012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부분에 정식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경쟁작으로는 장화신은 고양이, 랭고, 쿵푸팬더 2와 치코와 리타가 있는데 어떤 결과를 이룰지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치코와 리타 또는 파리의 고양이가 수상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고양이가 꼭 장화를 신지 않아도 재미가 느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