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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명자야, 울지마. 화장 지워져...

진윤경, 2007

[초이스]명자야, 울지마. 화장 지워져... 대표 이미지

거칠다. 애달프다. 

몇 해 전에 영화제를 통해 본 단편 애니메이션인 진윤경 감독의 <명자야, 울지마. 화장 지워져...>는 꽤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고 간혹 생각이 나는 작품이다. 

<명자야, 울지마. 화장 지워져...>의 기본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그만큼 힘이 있다. 명자는 남자친구와의 100일을 위해 집에서 요리도 하고 예쁜 원피스로 갈아입고, 들뜬 마음에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 어서 오라고 한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답이 없다. 스토리 라인을 정리하면 이 정도다. 후반부의 반전(?)을 제외하면 심플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보는듯한 아트웍과 로토스코핑이라는 나에게 낯설지 않은 기법이 일단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그런 아트웍과 기법을 넘어서는 감독의 연출력이다. <명자야, 울지마. 화장 지워져...>는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주고 싶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이 작품은 애초에 비디오카메라로 도촬한 것 같은 거친 사운드를 들려준다. 명자의 희망찬 환상조차 거칠고 불안하다. 그리고 그 거친 불안함은 남자친구와의 문자를 주고받는 상황 안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오지 않는 남자친구를 향해 화를 내어 보기도 하고 또 금방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명자의 남자친구와의 100일 파티는 시작부터 불안함이었다. 그리고 끝내 온 헤어지자는 남자친구의 답변을 받은 명자의 감정은 그로데스크하다. 보는 이의 얼굴마저 찌푸려질 정도로 애달프다. 명자의 불안감은 고통스러운 슬픔이 된다. 

마지막의 스토리의 반전(?)은 지금까지의 고통을 의미 있게 확장 시켜준다. 그 고통과 슬픔을 체화하지 못한 관객까지도 그 고통을 그럴 수 있겠다, 라고 만들어 주며 개인의 이야기에서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 시켜준다. 게다가 그 반전은 거친 필체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반전이었다. 애니메이션 기법이 단순히 하늘을 난다는 등의 판타지뿐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연출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법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증명한다. 

진윤경 감독의 연출력은 아슬아슬하고 위험하다. 촌스러움과 새로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관객을 몰입하도록 한다. 그 결과 또한 훌륭하다. 진윤경 감독의 다음 작품을 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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