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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니가 필요해

김수목, 2014

[초이스]니가 필요해 대표 이미지

2007년 8월 GM대우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복직 투쟁과정과 현재(2014년)까지의 긴 시간을 기록한 작품이 있다. 김수목 감독의 <니가 필요해>이다.

감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감독은 노동자들 바로 옆에서 웃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심각한 토론 한 가운데 묵묵히 긴장을 기록하기도 한다. 또 어느 순간에는 노동자들 스스로 촬영한 화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해나간다. 감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신이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보인다. 1인칭 내레이션 역시 어떤 때는 관찰자로 어떤 때는 동일한 경험을 겪는 노동자로서 사건을 기술하고 감정을 내보인다. 이렇게 감독은 등장인물과 공동의 시간을 구축한다.

사건의 흐름은 연대기적 순서를 따른다. 2007년부터 2014년에 이르기까지 길고 어려운 싸움을 해온 노동자들의 모습을 담는다. 그렇다고 사건의 연쇄적 변화를 따라가는 것 같지는 않다. 초점은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다시 말하면 버티기도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위와 심리적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긴박한 사건의 전개를 통해 긴장과 호기심으로 서사를 만들어나간다기보다는 사건 자체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의 불안’과 ‘내몰림’ ‘버텨야 하는 힘겨움’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런지 사건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제시되고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이 까닭은 아마 감독이 상세한 정보보다 ‘불안한 비정규직의 현재’를 더 중요하게 선택하고 있음에 있지 않을까.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정규직 현실의 무게감이었으리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30대 젊은 청년들로 보인다. 감독과 동갑내기로 소개되는 여성노동자도 있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청년 실업이 늘어가는 만큼 비정규직에서의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인지도 모른다. <니가 필요해>는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솔직한 모습을 만나게 한다. 노동운동의 대의보다 지금 이 순간 치열하게 살아가는 노동자가 중요하고, 같은 고통을 겪는 동지들이 애틋하다. 이 작품은 노동운동의 지금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자본이 어떻게 비정규직을 짓누르며 양산하고 있는지,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자리를 막아서고, 지역운동 혹은 전체 노동의 판단이 실제 당사자들의 운동을 어떻게 가로막는지를 바라보게 한다. 여기서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노동자가 왜 싸워야 하는지, 그리고 노동자가 노동자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힘이 없다고 가만히 있는 것도 불쾌하다.” 다른 노동자는 이렇게 말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했었어야지.”

언제 빼앗길 줄 모르는 자리, 혼자만의 복직이 가져오는 왕따의 외로움. 집단 내 폭행, 자본의 끊임없는 탄압, 묵묵히 버티고 버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에게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들의 삶을 함께하고 지켜보고 싶다.’ <니가 필요해>는 그들과 함께 보내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약속이다. 늘 변함없는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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