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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나스-안달루시아의 여름

키타로 코우사카, 2003

[초이스]나스-안달루시아의 여름 대표 이미지

오래전에 시청하고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경험케 했던 애니메이션이 한 편 있다. 장편이라고 할 수도 없는 47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진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사이클 선수인 주인공 페페가 스페인에서 개최되는 세계 3대 사이클 경주인 ‘부에타 아 에스파냐 (Vuelta a Espana)’에 참가하여 결승선을 향하는 이야기를 안달루시아라는 지방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냥 보기에는 사이클 경주에 관심이 있는 감독이 자신의 관심사를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도 감독은 사이클을 즐기며, 각종 대회에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의 매력은 눈을 통해 전달된 애니메이션의 시각정보와 스토리가 단순한 오락만을 보여준 것이 아니고,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 감동을 주었다는 것에 있다. 

기본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페페는 사이클 경주 선수지만 팀의 에이스는 아니다. 에이스의 우승을 위해 다른 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흔드는 작전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과거 에이스의 우승을 방해했다고 볼 수 있는 행동으로 스폰서의 눈에서 벗어나 경기가 끝나면 팀에서 퇴출당할 위기인 상황이다. 또한 이날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이 형과 결혼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최악의 날 주인공 페페는 두발로 힘차게 페달을 밟고 결승선을 향할 뿐이다. 

사이클 경주로 포장한 이 작품은 거칠고 척박한 환경의 안달루시아 지방을 통해 한때 좌절을 겪었던 주인공 페페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 개인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하거나,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의 청춘을 투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청춘의 과정을 경험하고도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앞으로 달려나가야 하는 ‘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나스’ 즉, 절인 ‘가지(なす)’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감독은 작품의 곳곳에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최신형 고글을 통해서 안달루시아라는 지역이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척박한 지역인지 계속 말을 건다. 그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페페가 경기가 끝난 후 몸을 풀기 위해 자신이 성장했던 안달루시아 도로를 달릴 때 그의 가족과 지인들이 그의 뒤를 따르는 장면이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모두들 저 멀리 앞으로 향해 달려가는 페페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나이 든 남자가 반주 없이 홀로 안달루시아를 노래한다. 이는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을 위로하는 노래로 들린다. 

“뜨거워진 바람도, 석양을 맞아 멈춘다. 그대를 기다린다. 아무것도 없는 고향. 안달루시아, 안달루시아, 안달루시아, 척박한 토지도, 초록빛은 움튼다. 그대를 기다린다. 축제는 가깝다.” 

부르는 노래와 함께 주인공 페페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따스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 각자 주인공 페페의 성장을 감사히 여기며 대견스럽게 바라본다. 그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기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인내를 통해 성장했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따스한 시선을 통해 주인공 페페를 사랑하는 가족임을 아무런 말없이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연출한 감독의 연출력, 2D와 컴퓨터 3D를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극대화한 시각적인 영상, 그리고 너무나 적절하게 표현된 음악이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애니메이션이 기존 실사 영상과 어떻게 다르게 연출하고 제작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준 점이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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