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바다의 노래
톰 무어, 2014
아일랜드의 신비한 전설을 아름답고 시적인 영상미로 담아내고 있는 <바다의 노래>는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어린 소년 벤이 섬의 고향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모험 가득한 여정을 보여주고 있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아일랜드 출신의 톰 무어 감독은 2010년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인 <켈스의 비밀>로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예 감독으로 떠올랐다. <켈스의 비밀>은 아일랜드 역사가 남긴 최고의 보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켈스의 서’를 모티브로 중세 시대 켈스 수도원과 주변 지역을 끊임없이 위협해 온 바이킹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일랜드의 역사적 사실과 함께 켈트 양식과 중세 기독교 양식이 혼합된 독특하고 신비로운 문양과 디자인으로 예술성과 그 가능성을 인정받은 감독은 위기에 처한 스튜디오 ‘카툰 살롱’을 지켜내며 마침내 2014년 차기작 <바다의 노래>를 완성하게 된다. <바다의 노래>는 현란한 액션과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할리우드식 3D 컴퓨터 애니메이션과는 다소 차별화된 전통적 2D 방식의 평면적인 테크닉 위에 수작업 스타일의 풍부한 색감과 질감을 입혀 색다른 매력을 추구하고 있다. 아일랜드 전설 속에 등장하는 바다표범과 사람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신비한 존재 ‘셀키(인어와 유사한 신화적 생명체)’를 모티브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비주얼과 내러티브를 꽤 잘 버무려 놓은 이 작품은 <켈스의 비밀>에 이어 아일랜드의 문화적 정서를 잘 꿰뚫고 건드리며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감각적인 스타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감독의 유별난 켈트 신화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는 종종 켈트 문화의 수호자(?)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애잔하다. 밤마다 벤에게 아름다운 자장가를 들려주던 엄마가 여동생 시얼샤를 출산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자, 벤과 가족들은 오랫동안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 날, 도시에 사는 벤의 할머니가 섬을 방문하고, 그때 시얼샤가 파도에 휩쓸려 거의 익사할 뻔 한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게 되자, 할머니는 더 이상 아이들을 안전하지 못한 섬에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도시로 데려온다. 이 때문에 남매는 아빠와 유일한 섬의 친구였던 개와 원치 않는 이별을 한다. 건조하고 답답한 도시의 삶은 남매에게 섬에 대한 향수를 더욱 불러일으키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벤과 시얼샤의 모험이 시작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서 남매는 다양한 대자연의 존재들과 조우하면서 이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해 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게 된 남매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되고, 대자연과 공존하며 아름다운 섬에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바다의 노래> 역시 2015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톰 무어 감독은 <켈스의 비밀>에 이어 다시 한 번 생애 첫 아카데미 수상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 했지만(올해 수상작은 <빅 히어로>다) 수상 결과에 상관없이 자국의 문화적 정서와 자신의 신념을 담은 작품 세계를 뚝심 있게 펼쳐 나가고 있는, 작지만 강한 독립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카툰 살롱’의 선전에 큰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일취월장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쭈~욱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