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이스]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김경묵, 2013

[초이스]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대표 이미지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편의점에서 시작해 편의점으로 끝난다. 그곳은 24시간 열려있으며, 24시간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24시간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누군가가 있다. 그 편의점에는 휴학생, 대학생, 음악가, 실직자, 탈북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꺼지지 않는 편의점의 불빛과 멈추지 않는 편의점의 시곗바늘 아래를 오가는 다양한 얼굴을 한 아르바이트생들과 손님들은 얼굴을 바꿔가며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편의점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은 영화 내내 반복되는 대사 “돈 없으세요? 돈 없으면 꺼지세요. 그게 내가 여기서 배운 룰이니까”를 내던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지옥 같은 ‘끝’을 선사하면서 영화는 예정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의 오프닝에 애국가가 나오는데 애국가로 시작하는 영화들은 대개 애국이랑 전혀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사랑받고, 존경받는 애국의 대상이 되어야 할 국가가 사실은 전혀 그럴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는 작품들일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 작품은 애국가와 더불어 이런 내레이션이 흐른다. “조국을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느냐고 물을 때 우리는 서슴지 않고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하고 또 일했다고 대답할 수 있게 합시다”라는 이 당찬 멘트는 세계 자본주의의 주류로 편입되고픈 박정희가 국민들에게 일하고 또 일해서 조국 근대화를 앞당기자며 1967년 신년 벽두에 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 조국의 근대화는 이룩되었는가. 조금 더 고도화된 자본주의 덕에 우리는 조금 더 나아지고 있는가. 타인의 근면 성실을 강요해 완성하려던 그들의 근대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상상이상의 폭력과 더불어 더 이상 갈 곳 없는 ‘끝’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단호한 결말만큼이나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든 김경묵 감독은 얼마 전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보다 동료 전우의 따돌림과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먼저 지켜야 하는 군대,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지면 진실을 밝히기보다 은폐하는 게 이제는 전통이 되어버린 군대, 총을 들지 않겠다는 이들에게 병역 대신 징역밖에는 돌려줄 게 없는 군대는 인정하기 싫지만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가 보여주는 ‘파국이 예정된 곳’과 다를 바 없는 곳일 뿐이다.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현실의 끝을 냉정하게 바라본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와 그 끝의 일부분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기를 열망하는 감독 김경묵의 병역거부선언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