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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장형윤, 2013

[초이스]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대표 이미지

인공위성이 로봇 소녀가 되고, 노래하는 소년이 얼룩소가 된다.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공식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파격이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 <무림일검의 사생활>로 주목받았던 장형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그래서 단편의 파격적 상상력이 장편의 서사와 만났을 때 장르적 변형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공위성으로서 수명주기가 다 된 우리별 일호. 지구와 함께 우주공간을 유영하는 인공위성 우리별 일호는 한반도의 지형과 기후 등을 촬영하는 임무 때문에 한 곳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운명을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다. 임무완수 이후, 여전히 한반도를 내려보던 우리별 일호는 문득 한 노래에 집중하게 된다. 다른 많은 소리들 중에서 유독 들려오는 노랫소리, 길거리 콘서트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려는 경천의 마음이 우주까지 들려온 것이다. 결국 우리별 일호는 그 음악 소리를 따라 지구로 추락하게 되고, 마법에 의해 로봇 소녀 ‘일호’로 깨어난다. 음악을 하고,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살던 음악소년 ‘경천’은 마법에 의해 소심한 얼룩소로 변해버리고, 영문도 모른 채 소각자(인간에서 동물로 변해버린 자들을 난로에 집어넣어 태워버리는 기계)와 심장을 빼내어 파는 악덕업자 ‘오사장’에게 쫓기는 운명이 된다. 화장지 마법사 ‘멀린’의 도움으로 경천은 일단 피신하게 되고, 함께 지내게 된 일호와의 사랑이 시작된다. 소각자와 오사장으로 대표되는 악의 무리는 어느 곳에서나 경천을 위협하고, 그때마다 나타나는 일호의 로봇 팔은 슈퍼히어로의 도움처럼 경천을 구한다. 

이미 전작 단편들에서 보여준 장형윤 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효과를 보여주는데, 화장지 마법사 멀린의 유치한 마법이 결국 SF 애니메이션과 같은 악당들의 화려한 특수효과를 이겨내고, 약한 여자아이의 외모인 일호의 움직임은 강력한 로봇 같지만 첫사랑 소녀의 순수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익숙한 서울의 남산, 대학로 낙산공원, 홍대 앞 클럽 ‘빵’,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등 배경의 현실감은 캐릭터들의 비현실적 동선을 사실적인 판타지로 안내한다. 일상의 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환상적 영역으로 전환되면서 영상은 애니메이션의 실재감을 스토리텔링의 주제의식으로 자리 잡게 한다. 

서로 익숙하지 않은 캐릭터지만,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경천은 사랑하기 시작한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기에 더욱 혼란스럽지만, 항상 위험에 빠져있는 마법의 현실이 그들의 사랑을 더욱 가깝게 만든다. 음악감독 고경천의 자신을 노래한 음악들은 그러한 사랑의 정리되지 못한 아쉬움을 그대로 전해준다. 다만, 단편의 호흡으로 장편의 서사를 배열하면서 너무 다양한 장치와 의욕이 관객의 참여를 자꾸 막아서는 것 같아 안타깝다. 통일되지 못한 타이포그래피의 화려한 디자인을 보는 아쉬움이 감독의 무한한 상상력을 허공에 멈추게 한다. 그래도 그러한 실험과 도전이 새로운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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