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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전쟁영화

박동훈, 2005

[초이스]전쟁영화 대표 이미지

“김 대리, 지난주 <미생> 봤어?” 
“응, 딱 우리 회사 얘기더라” 
“그러게, 너무 공감돼서 짜증 날 정도였어”

지금은 종영된 드라마 <미생>이 방영되던 때 월요일이면 어느 직장에서나 있을 법한 대화이지 않았을까? 각자의 위치에 따라서 누군가는 ‘장그래’일 것이고, 누군가는 ‘김 대리’이며, 또 누군가는 ‘오 차장’일 것이다. 물론 ‘부장’도 ‘전무’도 있다. 회의 시간에 “너흰 요즘 <미생>도 안 보느냐?”며 닦달하는 상사도 있었다니까.

회사 생활은 어렵다. 어디든 비슷할 것 같다. 게다가 IT 기술의 발달로 1년 365일, 어디든 직장이 된다. 3~4종류의 메신저는 시시각각 소식을 전하고, 직장과 개인 이메일로도 수많은 정보와 업무가 쏟아진다. 아, 지친다. 정말.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없던 50년 전에는 어땠을까? 이메일도, 문자메시지도, SNS도 없던 50년 전에는 다들 어떻게 소통하며 살았을까? 우리 부모님 또는 조부모님 세대는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도 했을까? 

이러한 질문 속에 떠오르는 독립 단편영화가 박동훈 감독의 2005년 작 <전쟁영화>이다. 50년 전인 1965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커플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메인테마인 ‘문 리버’가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오프닝 속 60년대 거리 모습은 실제로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준다. 맞선 이후, 세 번째 만남을 갖는 커플은 이름도 거창한 ‘국제중앙다방’에서 만나 데이트를 한다. 50년 전 데이트를 영화로 보는 것은 흥미진진하며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해방 전에 태어나 6.25 전쟁을 치른 남녀는 피난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가까워지고, 결혼까지 약속한다. 영화가 마지막에 다다를 때, 전쟁장면 하나 안 나오는 이 발랄한 영화가 왜 ‘전쟁영화’라는 제목을 달았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해의 지점은 바로 ‘공감’이다. 그 엔딩은 언제 보아도 애틋함을 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 부모님의 연애 이야기도 궁금했다. 두 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도 궁금했다. 낡은 앨범 속 흑백사진에 담긴 부모님의 모습 외에는 알지 못한다. <전쟁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힘든 삶도 로맨스도 있었을 텐데 난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묻지 못했다. 내 ‘전쟁 같은 삶’이 버겁다는 핑계로.

드라마 <미생>에선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그럼 가족과 가정은 무엇일까? 쉽게 답이 나오진 않는다. 그냥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 같다.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만, 관심을 두고 공감을 하는 것. 가끔 가족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연말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전쟁 같은 삶에서 가족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각자의 ‘전쟁영화’가 되리라고 생각해본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고 보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모두 이런 주제 아니던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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