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거꾸로 된 파테마
요시우라 야스히로, 2013
음울한 배경과 불안한 음향 속에 한 남자의 기묘한 대사가 들려온다. 불쾌한 표정의 남자가 바라보는 곳에는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는 듯, 하늘을 향해 거꾸로 매달려 있는 물건들이 즐비해 있다. 느릿한 손길로 물건들을 건들다, 화면 밖의 당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더럽혀진, 죄인의 후손아, 하늘에 먹힘을 당할(하늘이 너를 삼킬) 것이다.”
질서와 규율의 지배를 받으며 통제 속에 유지되는 어느 사회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한 사춘기 소년이 있다. 그런데 점차 소년의 과거가 들여다 보이며, 이 방황은 사춘기가 던져주는 유통기한의 짧은 불편함이 아니라 현실의 고통 속에 삐걱대는 소음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하늘을 ''''불경 시'''' 여기는 사회 속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려다 추락해서 사망한 아버지. 그것이 소년의 현실과 내면 속에서 바늘 무성한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며 그를 할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질서를 피해 잠시 숨은 소년 앞에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한 소녀가 나타난다. 살려달라는 소녀의 비명을 듣고서야 소년은 비로소 그녀가 하늘을 향해 추락하는 중 임을 알게 된다. 추락하고 있는 소녀, 파테마는 빈곤하고 폐쇄된 땅 속 지하세계에서 사는 주민이다. 오래 전 지구적인 과학실험 실패의 결과로 하늘에 삼켜지는 것을 피해 땅 속으로 피신한 죄인의 후손 중 하나이다. 사실 이 소녀는 큰 난관에 봉착하는 중이다. 하늘이 있는 ''''진짜 세계''''를 보고 싶은 열망에 건너서는 안될 경계에서 서성이다 발을 헛디뎌 추락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발 아래 하늘이 있는 위태한 세계에서, 현실 위를 비틀대며 서있는 소년과 마주하게 된다.
소년은 어쩌면 자신의 상처와도 이어져 있는 소녀, 파테마를 돕기로 결심한다. 본인과는 거꾸로인 그녀를 배척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그녀를 알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쩌면 그 숭고한 결정은 하늘에 삼켜지는 벌을 받을 소녀의 죄를 씻기에 충분한 희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미래를 다 내던져서라도 과거를 치유하기로 한 소년의 개인사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거나 숭고한 그의 희생으로 그들은 하나가 되었을까?
아니다. 갖은 고난을 함께 뛰어넘으며 소녀에게 연민을 품게는 되었지만 소년은 스스로가 하늘로 추락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야 비로소 파테마의 공포와 고통, 두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그녀의 ''''일부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 같은 깨달음이 던지는 파장은 큰 물결로 우리를 덮는다. 이 조그만 것이 소년을 남자로, 우리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땅덩어리 반대에 서서 발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는 이 형태는, 지금 지구별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다만 이것을 바라보는 시야의 범위를 구역 단위로 당겼을 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도 한눈에 볼 수 있게 확대 시켜 준다. 어디까지 확장할지 축소할지는 관객의 선택일 것이다. 좁게는 남녀에서부터 국가, 혹은 우주적이거나 영적인 문제까지 일수도 있겠다.
<거꾸로 된 파테마>의 감독 요시우라 야스히로는, 2011년 아이튠즈 무비 랭킹 3위를 기록해 화제가 되었던 극장판 <이브의 시간>을 제작했으며 이 작품이 그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신카이 마코토와 쌍벽을 이루는 젊은 천재 감독이라는 평가와 함께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감독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한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업사이드 다운>(2012) 라는 영화가 나왔었다. 영화가 먼저 나와서 표절 의문도 있었다지만, 제작 시기는 <거꾸로 된 파테마>가 빠르다고 하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보다 <거꾸로 된 파테마>를 보고 나면 <업사이드 다운>은 또 어떤 맛일까 궁금해지긴 한다.
이것은 사람의 이야기이다.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요즘, 모두가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다. 거꾸로 된 혹은 반대인 우리는 결국 서로를 의지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를 걸어온다. 그런데 우리는 또한 서로 겨누고 싸우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이것도 현실이며, 아닌 게 아니다.
이쯤에서 크게 스포일러 하나 하겠다.
<거꾸로 된 파테마>는… 그게 아닌 게 아닌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