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컨퓨전 쓰루 샌드
대니 매든, 2013
이란, 이라크, IS, 핵폭탄 등 전쟁과 테러의 공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 뉴스의 전파를 타고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는 ‘전쟁 공포, 핵 공포에 의한 균형은 우리 삶의 모든 틈새 내부 구석구석에 주입된, 존재하지 않은(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방적으로 판단을 강요하는 체계의 한 극단적인 단면일 따름이다.’ 라고 보았다. 그리고 우리 삶의 자유를 마비시키는 것은 전쟁이나 원자폭탄에 의한 파괴라는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불안감 속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우리 삶을 병 걸리게 하는 것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이 위협의 사실성을 믿는 척한다. 사회의 불안감 속에서 이뤄진 선택의 강요란, 극도의 시스템 정체상태에 이르거나 함몰 중인 시스템들의 정체되지 않으려는 정치적 폭력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더 이상 공포, 불안감의 주체도, 상대도, 전략도 없다고 보았다. 전쟁이 가져오는 객관적인 결과는 종족적인, 공동체적인, 전기-자본주의적인 구조들, 모든 상징적 교환, 언어, 조직의 형태들, 바로 이것이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바로 이것의 살해가 전쟁의 대상이고, 전쟁은 과도한 죽음 속에서 사회의 안정에 대한 테러적인 합리화(공포, 불안, 선택의 강요) 과정의 중개자일 따름이다. 또한 공산주의에 속하느냐 자본주의에 예속되느냐는 중요치 않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바로 적대자들 간의 적대성이며 적대적인 운동들의 사실성이며 전쟁에 대한 심각한 이데올로기라고 다루고 있다. 승리나 패배의 사실성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전쟁은 이러한 외양들 훨씬 위에서 기승하며 진행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평화화는 전쟁과 평화의 너머에 있다고 장 보드리야르는 「시물라시옹」(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인공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컨퓨전 스루 샌드>는 이러한 국가 간의 시스템을 전쟁을 통해 정상화하려는 과정에 참여한 공간 속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매든 감독의 작품 <컨퓨전 스루 샌드>(2013)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고교 친구들의 경험담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작품의 저변에는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과 개인 공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영화의 배경은 누런색의 이미지이며 구체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제목에서처럼 모래바람이 부는 것으로 볼 때 중동의 어느 한 지역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순찰 경계 근무 중인 한 군인이 미로와 같은 지역을 돌면서 보이지 않는 적군과 싸우는 긴장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투박한 그림의 스타일이 전쟁에서 거친 일상을 보내는 군인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
시작과 함께 긴박한 헬기 소리가 들린다. 아래로 드리워진 검정색 줄이 보이며 그것을 타고 군인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빠르게 움직인다. 날이 밝아지며 도시 같은 곳을 경계하는 군인들이 수신호를 하며 어디론가 움직인다. 잠시 후 급습한 곳엔 아무것도 없다. 순간 긴장감은 어색함으로 변한다. 적막하고 폐허와 같은 공간에 또 다시 사방을 경계하는 군인들이 나타난다. 그들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컷, 어떤 군인의 발밑에 있는 도마뱀 한 마리. 잠시 후 도마뱀이 사라지며 오는 긴장감, 하지만 염소가 뛰어가며 긴장감은 또다시 허무해진다. 이렇게 긴장감과 허무함이 계속 이어지며 교차한다. 허무함 속에 긴장감도 판단도 흐려지는 순간 한발의 총알이 날아오고 잠시 후 건물밖에 보이지 않는 배경 속에서 군인 한 명이 수색을 한다. 긴장감 속에 골목 너머로 보이는 어린아이 등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길 때 또다시 총알이 날아온다.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대응 사격을 하며 집안으로 들어간다. 어두운 공간 폭발물이 보이고 집을 탈출하니 곧 폭탄이 터진다. 폭발에 의해 쓰러져서 헤매는 병사의 손이 뭔가를 찾아 더듬는다. 쏟아지는 총격에 대응 사격을 한다. 적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공포와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정신없고 불안함을 동반한 공포감 속에서 사방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병사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적은 보이지 않는다.
고향이 미국 조지아 주인 매든 감독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한다. 매든 감독의 이웃은 베트남전 당시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으로 순찰 중이던 소대원들이 벌떼 공격을 마치 적군의 매복 공격으로 오인해 혼비백산한 사례를 매든 감독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그래서 매든 감독은 “단순히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군인이 전쟁터라는 낯선 환경에서 겪는 혼란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 작품은 6,500장 분량의 그림을 종이에 직접 그렸고, 초당 12프레임으로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Confusion+Through+S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