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언더 컨트롤
폴커 자텔, 2011
폴커 자텔의 <언더 컨트롤>은 지난 20세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시설들을 둘러보면서 원자력 발전의 역사와 그것이 인류에 가져온 결과에 대해 분석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 여러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고 있었지만 영화가 만들어진 직후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문에 불투명했던 독일 내에서의 개봉까지 가능해진 작품이다.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경제적 비용과 불편함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순차적으로 원전을 폐기하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사례에서 짐작할수 있듯이 이 영화는 원전 신화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그저 앙상하게 방사능의 공포를 자극하면서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프로파갠다 영화라고 속단하면 오산이다. 영화는 분명히 20세기 첨단과학기술이 집약된 원전 신화를 해체하고 인류가 나아갈 방향으로 원전의 폐기를 주장하지만 그러한 입장은 우격다짐으로 강요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원전이라는 20세기 과학기술의 총아에 은밀히 매혹된 듯한 인상까지 준다.
압도적인 조형미를 자랑하는 원전 시설에 매혹된 듯한 카메라와 함께, 설계단계에서부터 인간의 실수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원자력 발전 시설의 과학성을 설명하는 원전 직원의 말 속에서는 기계, 기술에 대한 무한한 신뢰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 뒤에 이어지는 거대한 위험과 보이지 않는 재앙에 대한 경고는 우리에게 이 첨단기술이 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충분히 자극하고 상상할수 있게 한다. 인간의 대응이란 지극히 제한된 지식 안에서만 가능하며 그 대응 능력을 벗어날 때 재앙 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원자력 발전 시설의 웅대함이 빚어내는 미적 쾌감과 공포는 서로를 감싸며 긴장감을 빚어낸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분석적이면서도 웅장하다. 좌우로 느리게 패닝하거나, 도대체 바닥이 어딘지 모를 만큼 육중하게 수직 하강하는 카메라에 포착되는 원전 안팎의 시설들은 때로는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첨단과학기술의 위대함을 과시하고 때로는 그 흉측하고 두려운 얼굴을 드러내면서 텅 빈 원자력 발전소 안에서 비상 경고등이 울리는 마지막 장면을 향해 나아간다. 이 시끄러운 경고벨은 이 거대한 20세기 축조물이 존재하는 한 멈출수 없는 소리 아닐까?
영화의 압권은 영화가 끝날 무렵 등장하는 놀이공원이다. 원전시설의 대안적 활용 가능성이 가장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장면.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한때 가동되었을 원전이 아이들의 놀이 시설로 변모한 모습은 원전이라는 한 시대의 종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가 자신이 주장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도 경솔한 선동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은, 한 세기를 풍미한 ‘원전’이라는 과학기술사에 준엄하게 조종을 울리면서, 그 시효를 다한 한 시대에 대한 경의를 함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