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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잘 먹고 잘 사는 법

정한진, 2013

[초이스]잘 먹고 잘 사는 법 대표 이미지

뜨거운 화롯불에 삼겹살을 구워먹고 싶어 마포의 허름한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기분 좋게 소주를 한잔 들이켜고 삼겹살 한 점을 먹으려던 차, 가만히 앉아 양배추를 씹어 먹고 있던 여자 후배를 바라보았다. “저 고기 안 먹어요. 저 신경 쓰지 말고 드세요.” 입맛이 싹 달아났다. 뭔 유난을 떠는가 싶기도 하고, 나는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어떤 것은 먹고, 어떤 것은 먹지 않는지 캐물었고, 그녀가 먹는 음식에 딴죽을 걸며, 그것은 왜 먹느냐 그것도 동물성 기름으로 튀긴 과자라며 그녀를 몰아세웠다. 그녀는 많이 겪는 일이라는 듯 여유 있게 양배추만을 씹어 먹었다. 나는 왜 입맛이 달아났을까? 나는 왜 그녀의 식성에 흥분해서 딴죽을 걸었을까?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주인공인 정호는 엄마를 따라 생식을 하는 초등학생이다.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정호에게 채식과 생식을 권하고 그녀 역시 채식과 생식을 한다. 착한 정호는 엄마의 권유를 잘 지키지만, 학교 내에서의 생활은 불편하다. 정호는 급식을 먹는 반 아이와 달리 홀로 엄마가 싸준 생식도시락을 먹는다. 이를 지켜보던 동급생 여자 혜미는 초콜릿을 선물하지만, 냄새만 맡던 정호는 초콜릿을 땅에 묻어버린다. 그렇게 정호는 엄마와의 약속과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갈등한다. 

이 영화는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정호의 일상을 보여주며, 정호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생식을 강요하는 정호의 엄마가 밉기도 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정호를 보며 바보 같다 생각했고, 이를 비난하는 혜미의 말에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호가 왜 생식을 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정호를 비난했던 혜미의 따뜻한 이해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

이 영화는 채식과 생식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을 유발시키는 영화가 아니다. 나는 이 영화는 관계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에 대해 즉각적으로 불쾌감을 표시 할 때가 많다. 이것을 달리 얘기하면 누군가가 내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것에 대해 벗어 나 있으면,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규정하고 정상화 시키려 폭력을 행사 한다. 이러한 행태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나의 경험처럼 말이다. 그녀는 비정상적인 것인가? 그녀의 입에 삼겹살을 쳐 넣고 싶은 나는 정상적인 것인가? 우리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믿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몇 년 전 까지 좌측보행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선진국들은 우측보행을 한다며 2010년 7월부터는 우측보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좌측보행이 비정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정상적인 것이라는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 단지 나와 다른 것이 아닌가? 

정호의 갈등을 지켜보던 혜미는 떡볶이를 먹으며 정호에게 말한다. “나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돼. 네가 먹는 것. 근데, 나는 떡볶이도 좋아하고 너도 좋아하니까. 둘 다 좋아하니까. 둘 다 맞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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