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선거,일본의 경우2 - 고치현 쿠로시오쵸의 경우
김지영, 2011
시작부터 알 수가 없다. 개들의 사진을 비추며 주인공 니나가와 스미무라씨는 ‘개는 주인을 고를 수 없다’는 알 수 없는 말로 시작한다.
영화는 일본 어촌의 작은 마을 쿠로시오쵸의 장을 뽑는 선거를 따라간다. 김지영 감독의 프로듀서 경력이 있는 니나가와 스미무라씨는 살고 있던 교토에서 이사하여 선거에 출마한다. 지역 유지 출신의 두 후보에 맞서 제3의 후보를 자처하며, 자칫 뻔할 수 있는 투표 전 변수로 등장하며 선거 결과를 오리무중에 빠뜨린다. 쇠락한 지역 경제를 위해 새로운 청사를 짓자는 상대 후보의 공약을, 스미무라씨는 건설업자의 이권 챙기기로 단언하며, 자신은 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10배 늘려서 젊은이들을 고향에 되돌아오게 하겠다는 뜬금없는 공약을 내세운다.
선거전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스미무라씨는 ‘똥고집에, 제멋대로에, 여자 좋아하고, 일 처리 방법이 엉망이긴 해도 어떻게든 결과는 낸다는 특징이 있는 트러블 메이커’로 보인다. 어찌 됐건 본격 선거로 접어들어, 후보 등록부터 유세까지 스미무라씨는 능숙하게(?) 혼자 해낸다. 그는 여러 지역의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어, 복잡한 선거운동 절차와 방법에도 꿋꿋이 선거운동을 해 나간다. ‘선거는 즐거워야 한다’는 지론대로 노인들과 (투표권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유세를 한다.
스미무라씨는 ‘고령자투성이의 멸망한 지역`인 쿠로시오쵸에 왜 출마했을까? 왜 ‘선거는 남자의 로망’이라고 하는 걸까? 그는 ‘미래’를 만들고 싶어했다. 예전엔 젊은이들이 타지로 돈 벌러 나갔지만 경제불황인 지금은 타지로 나가봤자 일자리가 없다. 젊은이들이 타지에서 미래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을 때, 고향인 이곳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고 했다. 쇠락한 마을엔 신축건물이 아니라 젊은이가, 젊은이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 젊은이들에게 투자해 되돌아오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스미무라씨의 ‘미래’ 만들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말미, 선거 때 보낸 엽서가 무더기로 반송되어 온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노인만 남은 마을에 엽서를 받을 사람들이 이미 죽고 이 세상에 없었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가? 아니면 보스가 이끄는 대로 투표하는 ‘개의 선거’에 불과한가? 스미무라씨는 민주주의는 최악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스미무라씨가 노인을 좋아하지 않은 이유도 알게 된다. ‘노인은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은 스미무라씨의 좌충우돌 선거 출마 과정을 연출, 촬영, 편집, 사운드, 자막, 번역하며 한편의 블랙코미디로 완성해 냈다. 이 영화는 한국의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프랑스 asian connection film festival in Lyon, 이탈리아 ASIATICAFILMMEDIALE, 콜롬비아 Muestra Internacional Documental 등에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