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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충심, 소소

김정인, 2012

[초이스]충심, 소소 대표 이미지

압록강 건너로 북한 신의주 땅이 바로 보이는 중국 단동. 여기 ‘한성안마’ 가게에는 여러 명의 앳된 여자들이 마사지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충심도 그중 하나다. 이른바 ‘탈북 여성’인 그녀의 삶이 얼마나 고되고 위태로울지 누구나 짐작 가능하리라. 언제 공안에 적발돼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거부할 수 없는 ‘출장 안마’와 성매매 압력 혹은 성희롱, 그런 손님을 소홀히 대했다고 박대하는 주인아줌마, 그리고 이런 삶에서 느낄 끝없는 피로와 모멸감, 그리고 외로움. 하지만 그녀의 스산한 삶을 우리가 정말로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그녀의 삶을 마냥 동정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이 들어 이런 말, 실없다 할 수도 있겠지만… 너를 좀 좋아한다.” 한국 출신이라는 나이 지긋한 ‘안마 손님’ 아저씨의 이런 말을 들을 때, 그녀의 기분은 어떤 것일까. 말끝마다 ‘북한’이라 자신의 고국을 칭하는 소리에 ‘그쪽은 남조선’이라 꼬박꼬박 응대할 때 그녀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냥 고향에 돌아가는 게 꿈”이라며, “공짜로 한국에 데려가 준댔는데 거절했다”고 약간 자랑스레 말하는 마음, 그러나 “그럼 그냥 고향에 가면 되잖아”라는 말에 답을 잇지 못하는,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를 한국에 데려가 주세요”라고 부탁할 때 그녀의 감정은. “네가 여기서 한 달만 같이 살아준다면 데리고 가마”라는 제안을 들을 때의 기분은. 절대로 싫다고 거절하던 그녀가 결국 ‘아저씨’의 집에 기거하면서 빈집에서 ‘아저씨’를 기다리고, 핸드폰을 놓고 간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전화를 걸어 아저씨의 전화벨 소리를 듣고, 그의 전화에서 발신자 표시를 지우기를 반복하는 그녀의 심리는 대체 어떨까. 

영화는 충심의 삶을 손쉽게 ‘탈북자’라는 정형화된 틀에 가두는 대신 그녀의 삶을 섬세히 묘사하면서 최대한 그녀의 마음에 가까이 가닿고자 한다. 한편으로 의도적으로 그녀의 시간을 뒤섞으면서 선형적(linear) 시간을 해체한다. 그리하여 영화 속 충심의 시간은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며 순환과 반복을 이룬다. 불안과 외로움과 피로가 뒤섞인 그녀의 시간, 원인과 결과가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그녀의 삶은 혼란 그 자체로 보인다. 그러나 삶의 의지, 아니 정확히 말해 ‘인간적인 자존심을 지키며 살고 싶은’ 그녀의 의지는 확고하고 그런 만큼 그녀의 삶은 ‘탈북자’라는 명사에 흔히 존재하는 편견이나 정형화된 스테레오타입에 갇히지 않는다. 삶의 고단함과 피로와 외로움과 순간의 설렘이 공존하는 구체적이고도 평범한 24살 인물의 삶의 속살. 그렇게 영화의 거의 첫 부분, 손님에게 안마를 해주는 장면에서 그 ‘아줌마 같았던’ 충심의 얼굴은, 영화가 계속될수록 피로의 거죽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제 나이의 곱고 단아하면서도 앳된 결을 드러낸다. 

서울독립영화제 웹데일리에 실린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 안마 장면은 거의 맨 마지막에 찍었는데, 촬영 기간 동안의 불안(이 영화는 중국 단동 현지에서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촬영하다가 공안의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과 피로가 배우에게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우연과 상황으로 빚어진 컷이 결과적으로 영화의 스타일과 훌륭하게 조응하며 뜻밖의 의미를 만들어낸 예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가 처음 선을 보였던 부산영화제와 그 직후 상영된 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충심 역을 맡은 배우 이상희의 연기는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작년 베니스영화제 단편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인 유민영 감독의 <초대>에도 출연했던 배우다.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감독과 배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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