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출근
이한종, 2014
당신의 마지막 출근은 어떠할 것인지 생각해 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보았다. 현재 출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먼 미래의 일일 것이고 아직 출근을 준비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미래이겠지만 이것을 단지 직장을 다닌다는 의미의 출근으로만 협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세상이라는 곳에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출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출근이 마지막 출근이라면 어떤 생각으로 출근하게 될까를 영화는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마지막 출근을 꿈꾸는가 이 말이다. 이것이 생물학적인 인생의 마지막 출근이라면?
영화는 61세의 박승구 씨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정년퇴임을 위해 마지막 출근을 한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아주 일상적인 출근을 한다. 그런데 그가 뭔가 이상하다. 그다지 의욕적이지도 않고 전날 먹은 숙취 탓인지 평소보다 더 무기력한 모습으로 출근한다. 그의 동료들도 일상적이고 보수적 성향의 지구대장은 이런 저런 쓸데없는 얘기로 지구대를 시끄럽게 하기만 하고 후임자들 역시 사명감보다는 무료한 일상을 달래는 그저 그런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러다 주취자가 옥상에 올라 자살소동을 벌이는 것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이쯤에서 이 영화가 단순한 일상이나 소동을 그리는 영화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그리고 옥상에서 주취자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일상이 그려지고 누구나 일정한 고충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는 대화를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고령의 정년퇴직자인 그가 왜 굳이 옥상에 올라갔을까를 관객들이 궁금해할 쯤에 그의 삶과 고뇌가 어렴풋이 그려지며 영화는 종반부를 향해 간다.
이렇듯 스토리라인은 대단히 평범하고 다소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스토리를 이어가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심상치 않다. 오랜 기간 연기를 쉬다가 복귀한 문창길 배우의 느리고 밋밋해 보이는 연기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살리고 있고 단편극영화로는 꽤나 긴 30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영화가 길어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오랜 기간 영화연출을 쉬었던 그러나 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한종 감독의 연출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 경찰의 마지막 출근을 소박하게 그린 듯한 이 영화는 실상은 우리 사회에 이미 뿌리 깊게 내린 양극화와 그로 인한 서민들의 무력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남에도 이 영화는 강렬한 사회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다. 저변에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점을 깔고 있으면서도 소위 튀는 구석이 없으면서도 문제의식과 극적 재미를 주고 있는 <출근>은 흔히 독립영화에서 자주 다루어온 소재이면서도 영화적으로 아주 매끄럽고 완성도가 뛰어나다. 물론 이 점은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완성도와 실험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화겠지만 실상 둘 중 하나도 성취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영화를 만들어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기에 이 영화는 여전히 미덕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영화 <출근>은 그 장점과 단점이 잘 보이는 영화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영화가 담는 주제의식이 가볍지도 않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이란 무엇인지 그가 견뎌야 할 무게는 무엇인지를 묻는 <출근>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