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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가디언즈

피터 램지,윌리엄 조이스, 2012

[초이스]가디언즈 대표 이미지

드림웍스에게 <가디언즈>는 재앙이었다. 디즈니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드림웍스는 이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그 입지가 흔들릴 만큼의 타격을 입었다. 단순한 손익 계산만으로도 8,700만 달러에 이르는 손해가 났고 그 여파로 400명이나 되는 스튜디오 인력을 해고해야만 하는 아픔도 겪었다. 평단의 반응 역시 싸늘했다. 전작 <드래곤 길들이기>로 한껏 눈높이를 올려놓은 탓도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주먹왕 랄프>와 비교할 때 가혹하리만큼 저평가가 이어졌다. 

<가디언즈>가 훌륭했다는 건 아니다. 이야기는 식상하고 필요한 설명을 종종 생략하고 있으며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 상당히 떨어진다.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새롭고 참신하다기보다는 산만한 쪽에 가까우며 특히 서둘러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안일한 결말은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이 주인공 잭 프로스트의 3D 활강 장면이라지만 이는 이미 <드래곤 길들이기>를 비롯한 숱한 애니메이션들이 선보인 한물간 스펙터클이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에게 기회가 되면 이 작품을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별히 재미있어서도 미학적인 가치가 있어서도 아니다.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동화’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들은 언젠가부터 더 이상 동화를 말하지 않는다. 간혹 동화 같은 영화는 있어도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은 없다. 있는 것 오직 동화를 벗어나려는 (혹은 조롱하는) 애니메이션들이다. 대형 스튜디오는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색깔을 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중소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그 정도가 더 하다. 다들 착한 동화 이야기를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연신 동화의 설정을 비틀고, 결말을 뒤집고, 역할을 뒤바꾸기에 정신이 없다.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는 간다. 하지만 <슈렉> 이후 유행병처럼 번진 ‘동화 뒤집기’의 강박은 착하고 정직한 이야기를 ‘식상함’의 전형으로 바꿔 버렸고 새로운 지점이 없으면 가차 없이 ‘상상력이 부족’이란 낙인을 찍었다. 상상력의 잣대는 유독 애니메이션에게만 그렇게 가혹하다. 

그 와중에 <가디언즈>는 순진하리만큼 우리가 익숙했던 동화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따라간다. 삐딱한 잭 프로스트는 자신의 의미를 깨달은 끝에 성장하고 가디언즈들은 악몽의 신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낸다. 뻔한 결말. 선이 이기고 악이 지는 게 당연한 세계. 표현에 있어서는 최신 그래픽 기법을 동원하되 이야기는 고전적, 요약하자면 최신식이지만 여전히 ‘동화’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건 이 애니메이션이 악몽의 신 피치를 위해 변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릭터의 사연을 통해 깊이를 부여하면 작품의 공감대도 풍성해지겠지만 때론 악은 그저 악으로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뺄 건 뺄 줄 아는 단순함이 이 작품의 최대의 미덕이다. 동화의 힘을 믿었던 동화, 제목 그대로 동화를 지키려 했던 가디언즈들의 모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때론 이렇게 착해 빠지고 순진한 애니메이션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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