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이스]주님의 학교

전상진, 2013

[초이스]주님의 학교 대표 이미지

이 다큐멘터리에는 액션 장면이 많다. 쫓고 쫓는 사람들이 나온다. 훌쩍 큰 키에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닌다. 쫓는 사람은 학생이고, 쫓기는 사람은 사학재단 관련자이다. 늘 사학재단은 도망 다닌다. 학교 운영자들이 학생들을 피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인가! 하지만, 더 비참한 것은 이 작품에 나오는 도망자(사학재단)가 현실에서도 쉽게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주님의 학교>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실재’ 일어난 사건들이 담겨있다. 학교에 입학해서 강제로 졸업 당한 감독의 대학생활은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대학이 학문의 요람이 아니라, 등록금을 횡령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자본을 증식시키고, 요상한 언어를 강제하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 놀랄만한 이야기의 배후에는 바로 영광스러운(?) 주님, 주명건이 있다. 작품에서 그는 아주 중요한 캐릭터로서 세종대학교의 이사장으로 재직, 사퇴 그리고 이사로 복귀 과정을 겪으며 ‘사학비리’의 원천이 된다. 당연히 감독은 대학생활 내내 정의로운 경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고, 주님은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도망자가 된다. 감독과 주님과의 긴장은 매우 높지만, 싸움은 어떻게 보면 일방적이다. 범죄자가 경찰을 가둔다고 할까! 왜냐하면, 세종대학교는 ‘주님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찰이 범죄자를 잡으려고 해도 체포할 수 없다. 주님은 학교를 주무르는 가장 강한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이 실력자와 싸우려고 하는 이들은 아무리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라고 하더라도, 그 정의는 학교 안에서 인정될 수 없다. 그런데 보다 더 심각한 위협은 학교 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안에만 ‘주님’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횡령을 했지만, 다시 복귀할 수 있고,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숨어서 지배한다. 이것은 단지 어느 한 사람의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는 ‘대학’이 존재하는 정치체제, 법, 그리고 자본에 의해 생산되어진 또 다른 왕국의 힘으로 보인다.

땅 투기, 특허권 강제, 비민주적 학교 운영, 장사하는 대학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생기기 충분하지만, <주님의 학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1인칭 서술을 통해 개인사적 성찰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만들고 있으며,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감을 형성한다. 또, 우스꽝스럽게 묘사된 ‘노래’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사학비리에 대한 예리한 풍자를 일으킨다. 분노와 웃음이 함께 교차됨을 발견할 수 있다.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이나,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넘나드는 구성도 흥미롭다. 

이 10년의 기록과 싸움이 승리를 얻었거나, 실패를 맛보았다거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주님의 학교>가 주님만의 학교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학교가 되기 위해, 작품이 보여주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먼저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 마지막 씨퀀스에 등장하는 목소리에 주목한다. 익명의 고발자가 전해주는 조작된 ‘사실’의 증언, 감독이 말하는 ‘대학 민주화’에 대한 성찰이다. 여전히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