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셔틀콕
이유빈, 2013
부모님의 사망보험금 1억 원을 들고 사라진 누나를 찾기 위해 민재와 은호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 어린 형 민재와 그보다 한참 어린 동생 은호의 이 여행은 예상대로 수월하지 않다. 반항밖에 할 줄 모르는 고등학생 민재는 호기롭게 고물차를 몰고 길을 나서지만 모든 것이 위태위태하다. 혹처럼 따라 붙은 은호는 형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오히려 들키고 싶지 않은 민재의 마음만 툭툭 건드린다.
섬세한 연출만큼 <셔틀콕>을 이끌어가는 힘은 배우들이다. 민재역의 이주승과 은호역의 김태용의 호흡은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특히 이번 영화를 통해 여러 편의 영화에서 앳된 얼굴로 묘한 감정선을 연기하던 배우 이주승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복잡하고 힘겨운 마음을 지닌 민재는 이주승을 통해 온전히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 그의 다음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로드무비이자 성장영화인 <셔틀콕>은 힘든 사연을 지닌 ‘어린’ 주인공들을 애처로운 대상으로 정형화시키지 않는다.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그들을 대상으로 그리지 않고 아이들의 고단한 여정을 조용히 뒤따른다. 어른의 문턱에서 성장통을 겪어내는 그 시기에 가장 큰 도움은 그저 기다려 주는 것인 것처럼.
원고를 쓰기 위해 <셔틀콕>을 챙겨보고 문장을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감을 앞두고 도통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웠다. 좋든 싫든 어떤 감흥이 와야 할 텐데, 영화를 잘 못 선택한 걸까, 지금이라도 다른 영화를 택해야 하나, 중얼거렸다. 저 게으른 생각들을 달고 다니면서도 다른 영화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회피하고 있던 생각 틈으로 주인공 ‘민재’가 재차 끼어들고 있었다. 맥주를 홀짝이다, 회피하고 있는 것은 영화에 대한 평이 아니라 민재가 온몸으로 겪고 있는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리적으로는 도통 해결 방법이 없는, 시간만이 유일한 구원인 ‘바람 조금만 불어도 아무 데나 막 날아가고 조금만 쳐도 털 다 빠지고 생긴 것도 이상한’ 셔틀콕과 같은 감정. 내 기억 속 어느 시기에 지녔던 ‘감정과 마음’이 호출당했기 때문이다. 성찰과 반성으로 극복한 것이 아닌 자학과 망각으로 봉인해 놓은, 누구나 품고 있는 끔찍하게 힘겹던 감정들. <셔틀콕>은 첫사랑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버린 격하고 외롭던 각자의 성장통의 시간을 민재를 통해 우리 앞에 다시금 데려다 놓는다. 정작 마음에는 없지만 거친 말을 뱉고, 치기어린 행동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던 각자의 어느 한때. 우리가 보낸 어느 한 시기를 고스란히 겪어 내고 있는 민재를 통해 당시의 마음을 마주한다.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 모두가 겪은, 겪고 있는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민재에게 응원을 보낸다. 이 응원은 민재에게 보내는 것이자 외면하고 봉인해 놓은 힘겨운 마음을 지녔던 당시 나와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다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