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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나는 중식이다

정중식, 2014

[초이스]나는 중식이다 대표 이미지

중식이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 운전면허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노가다 꾼’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 영화감독이었던 중식이는 아무도 비싼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주지 않자 카메라를 한 대 장만하여 오늘부터 영화감독이 되기로 한다. 카메라는 샀으나 역시나 찍어줄 이가 없는 중식이는 안전모를 깔고 앉아 노가다 중 간식으로 나온 빵과 음료를 먹는 자신을 찍어 본다. 그리고 이제부터 중식이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 아. 나는 중식이다. 나는 정중식이다.” 

이 작품은 지난 서울독립영화제2014에서 “거칠고 미흡한 점도 많지만, 그야말로 독립영화다운 작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제대로 된 조명도, 대단한 미장센도 없는 이 영화의 기법이라고는 유튜브를 통해 배운 ‘자전거에 카메라 달고 찍기, 훌라후프에 카메라 달고 찍기, 안전모에 카메라 달고 찍기’가 전부이다. 제대로 된 연출공부를 해 본적 없는 감독의 영화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거칠고 미흡한 가운데 빛나는 담백함과 진심 때문이지 아닐까 한다. 

젊은 세대를 담아낸 최근 영화들의 어떠한 경향은 관객으로서 가끔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도망갈 수 없는 현실에서 자조 섞인 비관으로 일관하는 청춘들의 영화를 볼 때, 계산된 미장센과 매끄러운 형식으로 빚어진 어떠한 영화 속에서 ‘청춘’은 또 한 번 감금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러한 면에서 <나는 중식이다>는 신선하다. 

‘불행하지도 않은데 불행을 사칭해 자해하듯 살아온’, ‘비판만 일삼는 SNS 소크라테스로 살아온’ 중식이는 그동안 쌓아 둔 말들에 책임감을 느끼고 반성문을 쓴다. “나는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찾아오는 ‘불안’들은 할 수 있는 한,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해결하겠습니다.” 자신에 대해 어눌한 말투로 느슨한 듯 말하고 있지만, 사실 중식이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자본과 권력의 시스템에서 ‘직업, 취업, 연애, 결혼, 출산, 육아, 돈, 명예’ 등등 많은 것을 포기하거나 혹은 포기하지 않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후에 찾아올 불안을 ‘할 수 있는 선’에서 해결해 보겠다는 그의 다짐이 보는 이에게도 묘한 위로를 준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면허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노가다 꾼 중식이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한다. 바꿔 말해 그는 노동자이자, 뮤지션이고 영화감독이다. 영화감독 정중식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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