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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안개 속의 고슴도치

Y 노르슈테인, 1975

[초이스]안개 속의 고슴도치 대표 이미지

나는 항상 애니메이션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예술가가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물론 아직 그런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해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 작업이 예술 작업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틀림없다고 알려주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중에 첫 번째 작품이 바로 유리 노르슈테인의 <안갯속의 고슴도치>이다. 

내가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대학 3학년 때, 애니메이션을 시작하자고 마음먹고 나서였다. 그동안은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만 봐 왔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형식의 이 작품을 보고는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건 마치 <밤비>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섞어 놓은 것 같은 놀라운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유리 노르슈테인의 작품은 어느 작품이나 훌륭하지만 나는 안갯속의 고슴도치>를 특히 좋아한다. 주인공 고슴도치는 내가 본 디즈니나 픽사의 어떤 주인공보다도 귀엽다. 게다가 동화를 설명해 주는 러시아 아저씨의 목소리는 나를 북유럽 환타지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종이를 오려서 만드는 ‘컷 아웃 애니메이션’으로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걸까? 이 작품은 지금과 같은 디지털 방식이 아닌 필름 카메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암실에서 한 프레임씩 조명과 사투를 벌이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마 유리 노르슈테인과 조수이기도 한 그의 부인이 캄캄한 촬영실에서 작은 20~30개의 팔다리를 바꿔 붙이며 몇 달을 촬영하고 다시 촬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입체감과 안개, 조명, 그리고 아련한 느낌들이란. 종이로 만들어진 귀여운 고슴도치가 진짜 물로 된 것 같은 강을 건너며,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는 안갯속의 숲에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놀라운 작품은 모든 장면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숲과 안개와 빛들. 러시아 영화의 위대한 장점들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귀엽기까지 한 마술 같은 작품. 아! 이것이 진정 예술이다.

유리 노르슈테인의 작품은 1979년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끝으로 본격적인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국영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소유즈 멀티 필름’이 문을 닫으면서 작품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후 차기작인 고골리의 소설이 원작인 <외투>는 십 몇 년 넘게 제작비 부족과 여러 가지 문제로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외투>가 진정 만들어지기를 고대한다. 만약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이 예술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작품이 하나 추가 될 것이 분명하다.

못 보신 분들은 꼭 보기 바란다. 유리 노르슈테인의 작품집은 국내에 나와 있는데다 너무나 싸게 구매할 수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 <케르제네츠 전투>와 <이야기 속의 이야기>도 훌륭한 작품이다. 유리 노르슈테인의 작품은 버릴 작품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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