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소음의 소음
우에타 지로, 2014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나는 길이 있다. 독립문역 근처 재개발 현장. 그곳에서는 매일같이 흙먼지가 날리고 삐걱대는 기계 움직이는 소리들이 가득 차 있다. 아마도 그 근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강성석이라는 인물, 영화는 강성석이라는 인물을 계속해서 따라간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본 이들은 서울살이의 팍팍한 일상이 바로 집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안다. 몇 푼 되지 않은 돈으로 (집이 아닌) 방을 구하기 위해 아마 성석도 곧 재개발이 될 것을 알고 있는 그 곳에 정착했을 것이다. 낡고 주변의 모든 것들은 황폐해져 해체되어 가고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는 공간. 하지만 성석은 쉽게 그곳에 떠날 수가 없다.
재개발 때문에 곧 이사를 가긴 가야 하는데, 수도관은 동파되어 물은 나오지 않고, 매일같이 헤어드라이어로 녹여보지만 소용이 없다. 수리공을 불렀지만 수리비는 턱없이 비싸고, 애꿎게 출장비 삼만 원만 날린다. 영화는 이런 성석이 공원 화장실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아직은 차가운 칼바람이 온몸을 에일 것 같은 겨울의 끝자락에 양동이 가득 물을 나르는 건 힘겹기만 하다.
영화는 오로지 성석의 모습을 따라다니며 보여준다.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데도 삶은 지탱되어야 하고 현실은 이어진다. 마치 실재 누군가의 모습일 것 같은 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장면은 성석이 ‘물고기’를 줍는 장면이다.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살려고 펄떡이며 뛰고 있는 물고기의 모습 속에서 성석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로 보이는 ‘물고기’, 그 물고기가 사라지는 순간 희망도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성석은 다시 현실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소음의 소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지금, 여기의 공간과 소음을 정직하게 담아낸다. 거리를 지나면서 볼 수 있는 소리와 풍경들은 너무나 익숙한 모습들이다. 재개발 공사 현장의 소음,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의 소음, 그리고 집회를 하고 그것을 막고 있는 경찰들과의 마찰음, 그 특별할 것도 없는 공간/소음들이 영화 속으로 들어오면서 공감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소리들, 그리고 그 공간과 소음 사이를 부유하며 살아가는 성석의 모습이 우리 모습과 겹쳐져 자꾸 울컥하게 만든다.
어쩌면 <소음의 소음>이 들려주고 싶었던 건 사람답게 사는 모습 속에서 들리는 희망의 소음이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끄럽고 날 선 소음이, 사람들의 울음 섞인 소음이 매일같이 들려온다. 그리고 우린 참 꿋꿋이 잘 버텨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