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엔젤전설
카이자와 유키오, 1996
2015년 2/4분기에 시작한 TV애니메이션 작품 중에 <내 이야기!!俺物語!!>라는 작품이 있다. 고릴라를 닮은 2m의 키에 근육질 몸의 남자주인공이 알고 보면 착한 학생이며 누구보다도 순수한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그를 둘러싼 오해와 사랑, 사람들과의 관계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원작도 애니메이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을 보고 있노라면 계속해서 오버랩이 되는 작품이 하나 있다.
1992년 작으로 학원 액션 코믹이라는 장르에 착각물(?)이라는 요소를 가미한 야기 노리히로의 <엔젤전설>이다. 악마 같은 얼굴이 아닌 정말 악마의 얼굴을 가진 이 작품의 주인공 ‘키타노’는 만화, 애니메이션은 물론 거의 어지간한 대중콘텐츠에서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하이스팩의 잘생긴 외모를 지닌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있다. 초반의 이미지나 스토리에서는 그 인상에 많은 괴리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외모가 우선시 되는 현대의 겉면에 대한 중시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클레이모어>의 원작자이기도 한 이 작가의 작품은 솔직히 말해 애니메이션 운은 없는 편이다. <엔젤전설>은 1996년 도에이에서 OAV(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비디오)로 딱 2편이 제작된 것이 전부로 당시 원작의 인기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감독의 사망설부터 애니메이션 제작권의 혼란 등 몇몇 루머에 휩싸이며 추가 에피소드가 제작되지 못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LD(레이져 디스크)에서 DVD로 넘어가던 과도기로 수록매체에 대한 결정이 모호했던 탓인지 오로지 VHS 비디오테이프로만 출시되어 화질보존까지 하기 어려운 불운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메이션의 큰 장점은 원작자가 데뷔 초기작인 관계로 그림실력이 제일 떨어지는 초판 에피소드 스토리를 아주 깔끔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1992년이라는 제작연도에 걸맞게 최근 애니메이션 작품에 비하면 거칠지만 악마의 얼굴이 가진 포스와 주인공의 애환과 액션이 움직일 때마다 팬으로 하여금 원작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보듬고 강하게 해준다면, 애니메이션이 가져야 될 덕목 중 중요한 큰 부분은 만족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학원액션과 코믹과 연애라는 부분을 조합함에 있어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오버된 감정을 자아내지 않으면서, 단계마다 새로운 재미를 부여해주는 작품이다. 요즘 웹툰 등에서 유사한 풍의 작품이 꽤 많이 보이긴 하지만 작품명에서 있는 단어처럼 ‘전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콘텐츠이니 꼭 한번 보길 바란다.
일본의 경우 워낙 창작 작품수가 많고, 저작권 관리가 철저하면서도 복잡하기 때문에 한번 멀티소싱의 시기에서 벗어난 작품들은 다시 애니메이션화 되기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의 타켓 마케팅 시대를 보내고 있는 최근의 일본 콘텐츠계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작품 정도 하나는 TV애니메이션시리즈로 부활해 주는 모험심을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