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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망대

문승욱, 2014

[초이스]망대 대표 이미지

‘기록한다’라는 의미에 어원을 둔 ‘다큐멘터리’영화는 흔히 현재와 과거, 즉 관객에게 보이는 시점에서는 과거가 된 시간을 기록한다. 다큐멘터리에 재연을 비롯한 극영화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면서 무엇이 더 ‘사실적’이고 다큐멘터리적인가에 대한 논쟁은 이미 식상한 것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문승욱 감독의 신작 <망대>는 다큐멘터리의 더 견고한 관습인 시간의 개념에 도전한다. 미래라는 허구의 설정을 도입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춘천이라는 동시대 공간에서 실제 거주자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미래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 속의 시간은 우리의 현재이며 미래의 시점에서 본 과거로 그려진다. 

도입부에서 자막은 타임머신이 개발되어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과거를 바꾸어 현재를 바꾸는 것이 단속의 대상이 된 2037년의 상황을 소개한다. 이 SF영화 같은 설정에서 도시의 스산한 불빛과 사람들을 우리는 미래인의 눈으로 보기 시작한다. 영화는 ‘불법체류자’라 불리는, 과거에 불법으로 체류하려는 사람들을 단속하러 나온 시간 감시자의 눈을 따라 현재를 본다. 

재개발이 한창인 춘천 약사동 망대거리에는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존재한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철거될 망대는 사라져 가는 오래된 것들 중 하나이자 그들이 붙들고 있는 남은 노스텔지아의 상징이다. 시간 감시자는 과거를 바꾸려는 사람들의 시도를 조사하기 위해 그곳의 불법체류자들을 쫓는다. 그들은 인심의 변화, 그에 따른 거리의 변화,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미래라는 설정은 단순히 극영화적 플롯 외에도 많은 것을 영화에 제공한다. 현재를 이야기하는 인물들은 미래를 이미 본 자로서의 새로운 아우라를 부여받지만, 진행형이어야 할 그들이 처한 현재는 마치 긴 시간 속의 하나의 박제처럼 쓸쓸하면서도 초현실적이다. 

변화를 앞둔 현재의 기록은 감상적인 넋두리이거나 건조한 선동으로 흐르기 쉽다. 전자에 가까워질 뻔한 영상은 미래의 사람들이 그토록 머물고 싶어하는 풍경이라는 설정 아래 경각심을 주며 감상주의에 대한 자기비판의 시각도 내포한다. 그저 추억 속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시간 감시자는 ‘빛바랜 낡은 추억처럼 무기력한 존재’라고 부르며 단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무기력한 존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속의 대상인 미래(극 중 현재)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모두 실패했다. 실제로 감독은 재개발에 반대하는 투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들에게 카메라를 돌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첫사랑이나 추억, 고향 같은 사소한 것들을 위해 자신들의 현재를 희생시켰다.’ 는 말은 지금 우리가 처한 무기력의 빠져나가기 싫은 달콤함과 덧없음에 대한 아픈 자각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현재에 대한 자각을 촉구하는 많은 영화들과 다른 각도의 호소력을 지니는 지점이다. 시간 감시자의 존재감과 현재에 부여된 다른 시간성이 후반부로 가면서 희미해지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지만 사라져 가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초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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