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마이 플레이스
박문칠, 2013
개성과 정상성, 이 두 단어는 다르면서도 같아야 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적인 사회구조를 이야기 한다.
남들과 다른 삶을 꿈꾸지만 막상 개성의 범위를 넘어선 행동과 시선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잔인해지는 한국 사회.
일명 속도 위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결혼은 나에게 있어 선택이 아닌 의무였다.
그리고 결혼식을 올릴 때까지 임신 소식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되었다.
내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의 판단은 누구의 시선이었을까?
스스로를 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나는
한국사회에서 비혼모로 사는 어려움에 대해 그리고 사회적 시선에 대해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마이 플레이스>에서 주인공 문숙이 비혼모의 삶을 선택했을 때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지지하는 엄마를 보았을 때
예상 밖의 영화 내용에 나는 무척이나 당황했다.
그리고 구차한 변명을 속으로 늘어놓았다.
‘문숙이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국 사회에서 비혼모로 살아간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거라고..’
그러나 알고 있다.
그녀가 삶의 터전을 달리했다 하더라도 아이가 우선이었음을…….
애초부터 그녀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삶을 이어줄 아이가 무엇보다 중요했음을...
문숙이 소울을 낳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과 캐나다 그 어디에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그녀에게
삶을 정착할 뿌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감독의 동생 ‘문숙’과 조카‘ 소울’의 삶에 대해 이해와 염려의 시선으로 시작했지만
가족 모두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역이민한 가족들
한국은 이민자들에게 무척이나 잔인한 나라였다.
획일적인 교육과 타인의 시선을 늘 신경 써야 하는 한국에서
문숙은 무척이나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고 결국
유년시절 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캐나다로 돌아간다.
고졸이지만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캐나다 드림을 일궈낸 아버지,
그러나 학연과 지연으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오히려 한국이 아닌 몽골에서 자원봉사자로 살면서 삶의 행복과 안정을 찾아가는 아버지
한국사회에서 모범생으로 살아온 감독
역이민자로 눈에 틔지 않기 위해 선택한 모범생의 삶
그러나 자신의 삶의 자리에 대해 뒤늦게 질문을 던진 감독은
영화라는 낯선 공간에 뛰어든다.
태어난 곳, 거주지, 국적, 집,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는 ‘공간(place)’.
태어날 때부터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내가 사는 이 공간이 진정 나의 삶의 터전인지 생각해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한 우리들에게 영화는 묻고 있다
너의 진정한 마이 플레이스.. 삶의 터전은 어디냐고....
캐나다에서 한국, 다시금 자신의 거주지로 한국을 선택한 가족들에게 막상 현실로 다가오는 한국은 달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얻어낸 가족들의 해답.
마이 플레이스는 ‘공간’이 아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만나지 못하지만 가족 모임에서 그들은 삶의 행복과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문숙은 소울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안정을 찾아간다.
영화 안에서 소울은 삼촌과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엄마의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무척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끝부분에서 소울이 묻는다.
왜 인간은 다 다르게 생겼냐고...
신이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다양성과 고유성을 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타인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부끄러운 나에게 행복의 기준은 내 스스로에게 있음을 알지만 어려운 해답을 던져 준 마이플레이스.. ‘문숙’과 그녀의 ‘가족’들에게 부러움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