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야간비행
이송희일, 2014
이송희일 감독의 장편영화 <야간비행>은 간만에 접한 처절한 청춘멜로드라마이다. 영화는 어느 남자 고등학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중학교 동창인 용주와 기웅 그리고 기택. 고등학교 진학 후 용주는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우등반 그리고 기웅이는 학교 일진, 기택은 왕따다. 이들에게는 말 못하는 사연이 하나씩 있다. 용주는 성소수자, 기웅이는 노동운동하는 아빠에 대한 원망, 그리고 기택이는 왕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결국 이들은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이라는 감정들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용주는 기웅이에게 기대고, 기택은 그런 용주를 저주하고, 기택이의 배신으로 촉발된 용주의 아우팅은 결국 기택의 폭력 사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야간비행>은 청춘들의 혼자라는 ‘외로움’이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이라는 감정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감정은 이어지지 않고 음악으로 단락 지어진다. 단락과 단락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빈공간(외로움)은 장면이 주는 ‘서정’으로 채워진다. 외로움과 서정이 합쳐져 주인공에게 복합적인 ‘통속의 연민’을 느낀다. 특히 <야간비행>이라는 이미 망한 게이바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풍경과 노을이 지는 서울 하늘은, 심지어는 그들의 아픔까지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한 개인들에게는 지독히 아픈 경험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어느 장면에 담길 때 우리는 복잡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영화는 바로 이점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배신이라는 ‘통속의 연민’ 프레임을 통해서 - 용주는 이성애자 친구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멈출 수 없고, 기웅이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부모세대)을 버리지 않고, 기택이는 왜 나만 왕따냐고 항변하는 세 친구를 -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세 친구는 서로가 서로를 비켜가면서 원망을 하고, 서로를 할퀴고 상처 주고 폭력적인 상황으로 닥치게 만들고, 피를 흘리고 나서야 ‘봉합’이 된다. 하지만, 온전히 봉합될 순 없다. 이런 경험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을 옭아매는 것은 결국 다름이 아닌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 자체 때문에 아픔은 다시 되풀이된다.
질주하는 오토바이(청춘의 상징!), 자전거, 지하철, 그리고 기차, 한강을 흘러가는 자동차 등이 장면 속에서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정해진 틀에서 탈주하려고 하는 청춘들의 욕망기계들이 망라되어 있다. 용주의 자전거와 기웅의 오토바이. 여수 가는 기차. 어쩌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오토바이는 순간의 질주로 안식을 준다. 하지만 집이나, 학교 앞에서 멈춰야 하는 현실은 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이송희일 감독의 영화적 질감은 단편 <굿 로맨스>부터 눈길을 사로잡으며, 첫 번째 장편 <후회하지 않아>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야간비행>으로 완성되었다. 지나친 비약일 수 있으나, 이송희일만이 드러낼 수 있는 ‘복잡한 심리적 감성’과 무심한 듯 보이는 ‘단조로운 서정성’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영화적인 정서-비애감’을 조성하는 연출력은 단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