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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마녀

유영선, 2014

[초이스]마녀 대표 이미지

이른바, 한국 공포영화의 암흑기다. 수년간 족적을 남길만한 흥행작도, 의미 있는 성과로 인정받는 작품도 미비했던 것이 현실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익숙한 학원 공포물의 참신하지 않은 변주이거나 3D 기술과 관련해 정부가 (일부) 지원한 작품이 어떠한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다. 그렇게 공포의 계절 여름이 마무리될 무렵, 3천만 원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마녀>가 우리에게 당도했다.

‘마녀’라니, <친절한 금자씨>의 ‘마녀’ 이금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그 제목 <마녀>는 그러나 우리가 쉬이 제목에서 예상할만한 전개와는 꽤나 과감한 결별을 선언하다. 즉, 여기에는 억울하게 누명을 입는 ‘(중세식의) 마녀(사냥이)’나 육감적이라 더 치명적인 ‘팜므파탈’, 혹은 그 마녀를 물리치는 선악 대결의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유영선 감독의 관심은 그 보다 인간의 ‘악의’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영화는 그 ‘악의’를 상징하는 20대 여성 세영과 그에게 위협을 받고선 자기보호를 위해 실체를 부하 직원의 실체를 추적해 나가는 평범한 직장상사 이선, 두 여성의 갈등을 묘사하는 ‘오피스’ 시퀀스로 출발한다. 현실적인 직장 내 갈등을 다루는 듯한 이야기는 이후 ‘진실’과 ‘각성’으로 나눈 전체 3장의 구성을 통해 그 ‘마성의 소녀’를 외부의 시선은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미스터리 추적의 서사를 거쳐, 결국은 과하지 않은 반전 위에 놓인 캐릭터의 극대화로까지 나아간다. 물론 그 끝엔, 언뜻 불가해성을 내포한 악의에 대한 묘사가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왜’를 확증할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단순히 결론 내일 수 없는 그 인간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악함 말이다. 

사실, <마녀>를 순수 공포영화라 부르기엔 머쓱한 부분이 많다. 오히려 미스터리 스릴러와 공포를 거쳐, 마지막 ‘고어’ 장면까지를 내포한 복합장르라 명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포영화 하위 장르로 명징하게 분류하기보다 주제나 영화적 효과라는 측면을 더 주목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서다. 특히 우리가 평소 접하지 못한 순수한 악인에 대한 묘사는 그 자체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심지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악인의 과거는 진실인가”라는 찝찝함을 안겨주는 결말이라니. 더욱이, 우리 일상에서 쉬이 만날 만한 이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마녀>의 현실감과 캐릭터는 ‘한’이나 ‘귀신’에 집착하는 여타 한국 공포물과 비교해 훨씬 신선하다.

무엇보다 <마녀>는 음향효과를 비롯한 후반 작업에서 가능한 쇼크 효과에 집착하거나 낭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적은 예산이지만 영리한 앵글과 장르적인 리듬감, 과하지 않은 쇼크 효과를 말 그대로 적재적소에서 활용한다. 또 하나, 유영선 감독이 발굴한 세영 역의 배우 박주희가 표현하는 현실감 있는 섬뜩함과 라스트 시퀀스의 광기야말로 <마녀>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 다만, 저예산에서 비롯된 한정된 공간이 주는 갑갑함은 (영화의 완성도를 크게 훼손하지 않지만) 아쉬운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한국 공포영화의 연장선상에서 평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무엇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며 심연의 공포를 건드리는가, 그러한 주제를 위해 영화적, 장르적인 활용은 어떠해야 하는가. 최소한 저예산의 이 독립영화 <마녀>는 알고 있다. 현재 상업영화들이 잊고 있는 그 기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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