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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더티혜리

이요섭, 2013

[초이스]더티혜리 대표 이미지

나에게 여 중고생들과 같이 버스에서 탄다는 것은 멜로보다 하드보일드에 더 가깝다.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쌍욕과 발랄함을 넘어서 괴성에 가까운 웃음소리. 교복은 마치 예비군이 입은 군복 같은 용감함을 심어주는지 그녀들의 거칠 게 없는 에너지에 나는 주눅이 들어버리곤 한다.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내 중고 시절을 돌이켜보자. 중학교 시절은 무림에 가까웠다면, 고등학교 시절은 감옥과도 같았다.

<더티혜리>를 만든 이요섭 감독도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 “담배 한 갑만 사주세요.”라고 말하는 중고등학생이 무서워졌다. 그들은 어딘가 화나 보이고 위험해 보인다. 그들에게 하드보일드 장르라는 탈을 씌워주고, 맘껏 움직이게 내버려두고 싶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혜리는 말과 함께 주먹이 나가는 여고생이다. 혜리는 중국집 배달부 수봉이가 자신의 친구 뿅을 임신시키고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수봉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어렵게 수봉을 찾아 시원하게 복수를 한다. 그런데 과연 그녀의 주먹은 바른 방향으로 향하였을까?

영화 <더티혜리>는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장르를 취하고 있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주제의식보다는 장르가 주는 재미를 더욱 탐닉한다. 혜리가 수봉을 찾기 위해 거치는 캐릭터와 배경 역시 현실성보다는 장르의 특성에 맞게 과장되어있고 미화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장르의 리듬을 즐기게 한다. 예를 들어 혜리에게 정보를 주는 오미자의 캐릭터는 도서관에 기거하며, 포스트잇으로 혜리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건네준다. 도서관의 미장센 역시 탐정영화에서 볼법한 음침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수봉을 찾아 헤매는 공간도 현실적인 공간이 아닌 차이나타운으로 설정해 놓으면서 이 영화의 관람 방향을 확실히 제시한다. 또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하드보일드 탐정물에서 느껴지는 위스키의 냄새보다는 달달한 캔디향이 난다는 것이다. 이는 탐정물의 클리셰를 여고생이기에 가능한 공간과 행동, 소품들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의 처음과 끝은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며, 위스키 냄새로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채워준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장르의 테두리 밖에서 보았을 때는 자칫 소품 같은 영화로 보일 수 있다. 이는 장르영화를 단편으로 압축시켰을 때 오는 위험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장편으로 옮겨도 훌륭한 하드보일드 탐정영화가 탄생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정물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더티혜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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