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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자기만의 방

고재홍, 2013

[초이스]자기만의 방 대표 이미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2015년 8월 15일 열리는 ‘독립다큐멘터리 정기상영회-인디다큐 시간여행’에서는 「셀프 프리즘: 다큐멘터리가 된 자기탐구의 어떤 방식」이라는 주제의 발제와 함께 네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번 상영과 발제는 두 가지 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우선 이 작품들은 영화가 제작된 그해의 몇몇 영화제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상영된 적이 없었던 작품들이다. 장편 다큐멘터리들의 경우, 개봉도 하고 공동체 상영의 형태로 관객을 만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의 경우 단편 혹은 중편 분량인 데다 각 감독들의 첫 번째 작품인 경우가 다수라 관객과 만날 기회가 더욱 없었다. 또 다른 의미는 발제의 주제이기도 한데, 이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영화를 통하여 감독 개인의 ‘자기탐구’라 할 만한 작업들을 수행하고 이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라는 점이다. 감독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경유하여 보편적이거나 역사적인 주제로 이어지는 사적 다큐멘터리가 주요 경향인 최근 한국 독립다큐멘터리들에서 사적인 소재에 머물며, 일면 더 깊고 좁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 다큐멘터리들이 보여주는 영화적 전개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들 중 <자기만의 방>은 자신의 방을 부끄러워하고 형의 방을 동경해오던 재홍이 자신의 방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하고 이를 기록한 작품이다. 이 시도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재홍은 자신의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관찰하고(1), 이사를 할 때나 꺼내봄 직한 케케묵은 물건들을 꺼내놓고 과거를 회상하며(2), 엄마와 아빠, 형이 생각하는 ‘자기만의 방’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3). 자신의 방을 채우고 있는 오래된 물건들은 잠시나마 추억에 잠기게 해주지만 형 방에 있는 철학책들과 DVD들, 개성 있는 사진들에 비해 쓸데없는 것들이라고 재홍은 생각한다. 또한 어릴 적부터 동경해왔던 형의 방은 정작 형 자신에게는 감옥과 같은 갑갑한 곳이라는 사실이 인터뷰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제 재홍은 답을 묻거나 찾기보다는 답을 만들기로 한다. 그 단초는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한 노랗고 네모난 빛이 비치던 방의 벽이다. 이 빈 벽은 어디든 데려가 줄 수 있는 통로,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는 스크린, 곧 영화이다. 재홍은 벽에 박혀있던 못을 뽑아내고 붙어있던 사진을 떼어낸 뒤 방의 벽 한 면을 스크린으로 만든다. 

스크린에는 엄마, 아빠가 가고 싶다 했던 스위스 상공이 펼쳐지고, 카메라를 통해 인식된 엄마, 아빠, 재홍의 몸이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투영된다. 벽이 스크린이 되는 것은 예상 가능한 전개이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스위스 상공을 날고 있는 듯한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예상을 넘어선 경이와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놀라고 기뻐하는 이들은 이 퍼포먼스의 참여자인 엄마와 아빠이다. 엄마와 아빠는 아들의 귀여우면서도 어처구니없는 효도에 언뜻언뜻 새 나오는 미소를 참지 못한다. 또한 그 순간들을 기록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카메라는 이들의 미소를 클로즈업으로 잡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렇듯 이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두 번째 감동을 선사하고, 나아가 1895년 파리의 그랑까페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첫 영화를 상영하던 풍경을 연상시킨다. 오랜 시간 영화감독을 꿈꾸어왔던 재홍은 엄마, 아빠를 관객/참여자로 한 이 상영을 통해 영화사 사상 최초 영화 상영의 순간을 재연한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방’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하여, 방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벌인, 지구 반 바퀴와 1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영화라는 매체의 시작을 떠올리는 퍼포먼스. 이렇듯 고재홍 감독의 <자기만의 방>은 개인적인 것이 그 특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더 넓은 세계와 만나게 되는지를 영화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자기탐구’를 수행하는 다큐멘터리들이 가지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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