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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불을 지펴라

이종필, 2007

[초이스]불을 지펴라 대표 이미지

기타 하나 달랑 메고 탈북을 감행한 경록은 북경의 한국대사관을 거쳐 남한으로 들어온다. 그가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남한으로 온 이유는 오직 록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경록은 탈북자교육원에서 목공 일을 배우며 사회적응과정을 시작하지만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음악을 하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탈북 동료는 경록에게 “조선의 별이 되라”고 하지만 그의 꿈과는 달리 연주에 탁월한 실력과 재능을 갖지 못한 경록은 서울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펼칠 공간을 찾지 못한다. 경록은 서울을 떠나 무작정 바다를 향해 걷는다.

영화 <도어즈>에 삽입된 짐 모리슨의 시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 <불을 지펴라>는 탈북청년 경록을 통해 보는, 희망을 품기 어려운 청년세대의 성장영화이면서 다름을 기준으로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버린 남한사회의 소수자 영화이고, 동시대의 수많은 아웃사이더들에게 보내는 절망과 희망의 편지다. 이 영화는 기타 코드만큼이나 다양한 각각의 영화 속 코드를 마주 보게 배치하여 경록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과 그의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 북한을 탈출한 경록은 무한의 자유를 추구한 짐 모리슨을 추종하고, 록음악을 하기 위해 탈북했지만, 그는 기타를 잘 못 친다. 바닷가에서 멋들어진 즉석연주를 함께하며 경록에게 음악의 진짜 맛을 짧게나마 느끼게 해준 밴드는 되는 것 하나 없는 해체 직전의 록밴드고, 갈 곳 없는 그가 잠시나마 앉아있는 바닷가 백사장은 엉덩이 한 짝도 제대로 붙이고 있을 수 없는 군사보호구역이다.

영화 <불을 지펴라>의 영문제목은 짐 모리슨의 밴드 도어즈의 데뷔곡이자 동명 타이틀인 ‘Light My Fire’이다. 록음악으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경록이지만 우리가 쭈욱 살아봐서 잘 알다시피 남한이야말로 진정 개인의 뜨거운 열정을 열정으로서 불태우기 힘든 곳이지 않은가.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경록 씨 그도 뒤늦게 알게 되었을 테다. 그러나 <불을 지펴라>는 이 사회에서 누가 봐도 뻔히 짐작할법한 탈북청년의 고된 절망만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뻔한 절망보다 더 뻔한 게 희망이라 하더라도 그걸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던가. 모든 것이 끝난, 이제 정말 더 갈 곳 없는 끝까지 왔다 싶은 바로 그 순간, 뜬금없게 보일 수도 있는 경록을 향한 기상천외한 하늘의 계시가 들려온다.

영화의 마지막부터 다시 시작될 경록 씨의 발걸음이 궁금해지는 영화 <불을 지펴라>의 주인공 경록은 아마도 남한에서 록음악으로 성공 못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불은 계속 타리라 믿는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어쨌든 이곳이 끝은 아니니까.

경ROCK씨! 부디 Light Your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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