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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들꽃

박석영, 2014

[초이스]들꽃 대표 이미지

박석영 감독의 꽃 시리즈 중에 첫 번째 영화 <들꽃>은 가출청소년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열여덟 은수, 열일곱 수향, 열여섯 하담 그들은 홈을 벗어나, 길거리에서 ‘유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 몸을 덥힐 수 있는 따뜻한 그 어디라도 그들에겐 달콤한 유혹이고, 그들은 그렇게 매춘조직에 의해 납치와 감금을 당한다. 결국 달아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한 안식이 가능할까. 영화는 세 명 주인공들의 ‘소망’을 교차해서 보여주지만, 서로의 엇갈림 속에서 그들 삶의 조각들은 어긋나고 ‘홈’을 이루지 못한다. 

큰 언니 은수는 동생들이 편히 쉴 곳을 만드는 게 소망이다. 집을 벗어난 이들이 집을 소망한다. 하지만, 짐작은 가지만 출처가 불명확한 돈을 은수가 가져왔을 때, 그 돈은 결국 수향에 의해 삼촌에게 버려진다. 은수는 좌절한다. 어떻게든 돌이켜 보고 싶은데, 결국 이루지 못한다. 남산이 보이는 재개발 아지트에서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공병을 던져보지만, 비어 있다. 수향은 은수와 소담을 연결하는 ‘정’이 넘친다. 세상에 향해, 인간들에게 욕을 제대로 던질 수 있는 대찬 모습과 담배 한 대에 시름을 날려버릴 줄도 하고, 밖에 일들을 짐짓 모른 척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속 깊은 친구다. 자신으로 인해 홈은 깨어지고, 죄책감으로 하담을 찾아다닌다. 자신의 잘못에 용서를 구하듯. 하담은 이들에겐 제일 어린 동생이다. 은수에게도 기대지만 수향에 이끌린다. 이들에게 의지하는 역할이지만, 어쩌면 그들들 보다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영화는 첫 시작부터 카메라는 격렬하게, 또는 히스테리컬하게 인물들과 교감하면서 그들이 떨어진 곳이 아귀 지옥임을 드러내 보인다. 밝음과 어둠의 콘트라스트가 아닌, 톤이 다른 어둠들과 인물의 밝음 사이의 날 것의 폭력. 그 어딘가를 계속 부유한다. 이 모든 것은 인물의 감정과 교감하면서 이뤄지기 때문에, 벼랑 끝에 선 아이들의 심리와 공감을 이룬다. 영화 중간에서 은수가 집을 구하겠다고 나가는 순간부터 영화의 톤은 밝아지고, 하담과 수향의 앳되지만 아름다운 민낯이 드러난다. 영화도 거기에 맞춰 밝아지고, 음악도 듣기 편해진다. 어쩌면 순간의 위로와 행복이겠지만,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어떤 안도감을 느낀다. 홈을 잃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홈은 도착하지도 못하고 좌초해버렸다. 좌초와 동시에 은수는 어떤 소망에 대한 배신으로 하담과 수향을 버리지만, 아니 잠시 이별을 한 것일 수 있지만, 길거리서 어디에선가 만날 것이다. 그렇게 은수도 어른이 된다. 봄이면 들꽃이 잔뜩 폈을 뚝방 혹은 강가의 풀밭에서 소담과 수향은 다시 만난다. 기적처럼. 

영화 제목이 왜 ‘들꽃’인지, 어떤 메시지를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지 드러나는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뇌리에 남을 장면이리라. 영화 중에 매춘조직에 아이들을 파는 어느 나쁜 여자의 입에서 호명될 때 그들은 ‘들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결국 그들이 들꽃이 되는 것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을 들꽃이라고 부를 때 그들은 들꽃이 되어버린다. 결국 가출청소년들의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감독의 통찰이 보이는 대목. 따뜻한 마음이 겹쳐지고 여러 가지 생각에 가슴이 접질린다. 

박석영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스틸플라워> 그리고 내년 제작을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 중인 ‘재꽃’ 프로젝트가 있다. 부디 두 영화 모두 관객들에게 온전히 도착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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