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몬스터 대학교
댄 스캐니온, 2013
벌써 12년 전이다.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면서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대기업 ’몬스터 주식회사‘는 참 깜찍한 설정을 지녔었다. 괴물들이 인간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그 아이들의 비명을 밤새 수집해 에너지를 만드는 비명 발전소였으니까. 그 와중에 최고 엘리트 사원인 털 뭉치 ’설리‘와 파트너 ’마이크‘, 인간 꼬마 부의 뭉클한 교감은 더없이 사랑스러웠고, 몬스터 주식회사 직원들의 과도한 실적경쟁은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12년 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과열 경쟁 속에서 픽사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 <몬스터 대학교>를 내놓았다. 마치 일에 찌든 직장인들이 풋풋했던 대학 시절을 그리워하듯.
<몬스터 대학교>의 핵심은 먼 훗날 ‘고수’가 될 설리와 마이크, 그들도 한때는 대학생이었고, 겁주기를 배웠다는 얘기다. 몬스터들의 대학 생활을 아이비리그 캠퍼스 생활에 적용시켜 캐릭터들의 배경을 쌓아가는 솜씨가 맛깔스럽다. 누구보다 열심히 겁주기 공부를 하지만 웃기게 생겨서 문제인 외눈박이 공부벌레 ‘마이크’. 겁주기로 뼈대 굵은 가문 출신에다가 생긴 것도 무서워서 별 노력을 않고도 주목받는 ‘설리’. 극과 극의 두 괴물이 4년제 명문 사립대학 ‘몬스터 대학교’(이하 ‘몬대’)의 신입생이 되어, 겁주기 전공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훗날 명콤비가 될 두 라이벌이 만나기만 하면 싸우면서 드러나는 ‘몬대’ 생활의 면면은 재치가 넘친다. 몬대의 캠퍼스, 강의실, 운동장, 도서관, 남녀 클럽 등등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물론, `몬스터 리그‘의 라이벌 대학 공포공대와의 신경전, 그리고 학내에서 벌어지는 ’겁주기 대회‘까지. 대학 생활의 모든 것이 몬스터 세계에 적용되는 것이다. `몬대’의 전반적인 모습은 미국 동부 대학인 하버드와 MIT, 스탠포드, UC버클리의 캠퍼스 모습이 바탕이 됐다. 드림웍스나 블루 스카이 등 다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도 물론 이런 치밀한 자료 조사와 노력을 한다. 다만, 현실 세계의 리얼리티를 애니메이션 속 세계에 세세하게 적용하는 부분에서 픽사 애니메이션이 지니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 지나가 버린 것 대한 그리움’이다. 그리고 그 정서야말로 픽사 애니메이션의 정수다. 장난감과 놀던 유년 시절(<토이 스토리>,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삶(<월.E.>), 되찾아야 하는 부자 관계(<니모를 찾아서>)처럼.
<몬스터 주식회사> 직원들이 겁주기 초과근무까지 하느라 잃어버린 대학생활의 낭만은 신선하고 즐겁다. 신입생 때부터 겁주기 스펙을 쌓아야 하는 몬대생들의 고충이 현실의 대학생들 못지 않지만, 그래서 더 유쾌하고 뭉클하다. 대학생활에서 사회생활까지 이어지는 타고난 능력과 노력의 차이, ‘겁주기’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서 대학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 몬스터도 대학을 다녀야 인정받는 사회의 허세도 곰곰이 되짚게 된다. 12년이 지났어도 늙지 않은 ‘설리’ 역 존 굿맨과 ‘마이크’ 역 빌리 크리스탈의 목소리 또한 한몫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픽사 스토리의 탄력성이랄까. 마이크와 설리가 어떤 사회생활을 하는지 아는 입장에서도 <몬스터 대학교>의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에 리얼리티와 상상을 결합해 새롭고도 팽팽하게 끌어가기 때문이다. ‘설리’를 포함한 괴물들의 털이 얼마나 부드럽고 생생한가 하는, 기술의 완성도는 부럽지 않다. 역시 부러운 건 스토리를 만드는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