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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인 허 플레이스

알버트 신, 2014

[초이스]인 허 플레이스 대표 이미지

서울에서 한 부부가 시골 농가를 찾아왔다. 집주인 여자(길해연)는 이 부부를 친절하게 맞지만 그녀의 호의에는 어색함이 짙다. 주인집 여자의 딸인 소녀(안지혜) 역시 불편해 보인다. 부부가 소녀를 두고 한마디씩 할 때마다 소녀는 마뜩잖다. 부부 중 남편은 곧 서울로 떠나고 아내(윤다경)만 남아 이들 모녀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다. 세 여성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이들 사이의 공기는 불안하게만 흐른다. 분위기로 짐작하건대 부부는 불임이다. 소녀는 또래인 고교생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임신을 한 상태다. 부부는 소녀의 아이를 비밀리에 입양(secret adoption)하려고 한다. 서울에서 온 여자는 지인들에게 해외에서 출산 준비를 하는 것처럼 하고 비밀스레 이곳에 왔다. 소녀가 건강히 아이를 낳을 때까지, 아니 자신의 아기가 건강하게 세상에 나올 때까지 여자는 소녀 곁에 있을 것이다.

<인 허 플레이스>는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한국계 캐나다인 앨버트 신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실제 캐나다 사회에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비밀 입양에 대한 감독의 관심이 영화로 옮겨졌다. 영화는 세 여성의 관계를 설명하기보다는 이들이 주고받는 어긋난 시선과 경직된 호의를 통해 차마 말로는 꺼내지 못하는 각자의 불안을 극적 분위기로 전환해 보이는 데 집중한다. 이때 극의 배경이 되는 시골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효과가 크다. 모녀가 머무는 본가와 여자가 머무는 건물이 분리돼 있고 두 건물 사이에는 폐 농장이 있다. 건물 간의 거리감이 그대로 소녀가 여자를 보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인물들 간의 시선의 거리가 된다. 또 뻥 뚫린 창이나 벽에 나 있는 구멍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점 쇼트는 관찰자의 시선을 넘어 불안한 감시자의 그것으로 읽힌다. 고정된 채 인물들을 지켜보던 카메라가 때때로 아주 미세하게 극도로 조심스럽게 인물들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갈 때도 의뭉스러운 무드가 더해진다. 

영화는 지극한 모성에 관해 말하고 싶은가 싶지만, 영화는 의외로 관능적이다. 임신한 여성의 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늘고 긴 팔다리를 지닌 가냘픈 소녀가 풀숲을 뛰어다닐 때나 소녀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에서 느낄 수 있다. 여자가 자신이 선물한 원피스를 자기 앞에서 갈아입고 있는 소녀의 등을 말없이 끝까지 지켜볼 때도 그렇다. 소녀가 자신과 함께 목욕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장면은 또 어떤가. 그뿐인가. 소녀의 남자친구를 만난 여자가 술 취한 소년을 어르고 달래는 장면에서도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어쩐지 위태롭게 보인다. 그러니 이 영화를 단지 여성들의 모성에 관한 이야기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 영화가 품고 있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도드라지고 그것에 대해 더욱더 묻고 싶어진다. 특히 극이 중후반부로 가면서 소녀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행동의 상당히 중요한 이유에는 여자로부터 아기를 지키고 싶다는 것 못지않게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지속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 영화의 파국적 결말은 어쩌면 사랑과 성에 이제 막 눈뜬 연약한 소녀가 그 사랑의 배신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 꼭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 영화는 끝났어도 길들여지지 않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들꽃 같은 소녀에게 계속해서 눈길이 갈 것이다. 소녀 역을 맡은 신인 안지혜를 발견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인 허 플레이스>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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