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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재난 영화

남달현, 2011

[초이스]재난 영화 대표 이미지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음악을 다룬 영화(꽤 많다)나 영화를 다룬 음악(적지만 있다)에 항상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 두 가지를 한 곳에 담으려는 시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가 이미지의 교차를 통해 의미를 획득해가는 과정이라면, 음악은 악기들의 소리를 모아 의미를 해체하는 과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음악을 다루는 좋은 영화의 경우 뮤지션의 자전적이 이야기이거나, 다큐멘터리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전적으로 영화의 영역에서의 일이다. ‘음악적인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음악을 영화에 종속시킬 때만이 그나마 괜찮은 음악 영화가 나오곤 한다. 두 형식의 공존을 통해 뭔가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대충 실험영화에서나 있는 것 같다. 나는 실험영화를 잘 알지도 못하고 흥미도 없다.

<재난 영화>는 이렇다 할 야심이 보이지 않는 영화다. 한국대학교 록 동아리 ‘우락부락’에서 만난 요한과 지연, 최현은 갈수록 줄어드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대중적인 분위기로 변해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들은 동아리를 나와 본인들만의 밴드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지연과 친한 선배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찾아가 연습을 한다.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은 ‘슈게이징’. 하지만 선배의 부탁으로 한 번, 두 번 도와주었던 모 밴드의 공연에 자꾸 끌려다니게 된다. 영화의 첫 장면, 요한은 세미 정장 차림에 우쿨렐레를 들고 있는 최현과, 마라카스를 들고 원피스를 입은 지연에게 도저히 못 해먹겠다며 뛰쳐나간다. 그리고 이 장면은 플래시백인 중간을 지나 마지막 장면과 이어진다.

단편영화라면 단시간에 ‘승부’를 보는 것이 지상과제다.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든가(세면 셀수록 좋다), 분위기로 제압하든가(압도할수록 좋다), 그도 아니면 아예 막 나가서 어처구니라도 쏙 빼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난 영화>는 약간의 개그 외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심지어 이야기도 매우 뻔하다. 그럼에도 난 이 영화가 가진 취향이 마음에 든다. 왜 한국의 (인디, 메이저를 통틀어) 음악을 다룬 영화에선 모두 모던록(이라고 부르고 대개는 뽕짝에 가까운)만 하는가? 왜 가죽 재킷을 입고 록 스피릿을 외치는 인간들이 마이크 앞에만 서면 록발라드(라고 불리는 이상한 타령조의 노래)만 주야장천 부르는가? 이 영화엔 그게 없다. 흔한 이야기와 생소한 음악의 결합. 연출자는 흔한 영화를 만드는 척하면서 자신의 취향을 넌지시 들이민다. 최현과 지연이 처음 만나는 동아리 연습실에서 들리는 ‘밤섬해적단’의 ‘해치’, 언급되는 ‘슈게이징’이라는 장르,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흐르는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의 ‘멕시코행 고속열차’는 그간 어떤 영화에서도 차용하지 않았던 장르이며 곡들이다. 

가끔 이런 영화들이 있다. 별다른 면은 없는 것 같은데, 몇몇 취향이 눈길을 사로잡는. 음악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조금 다른 걸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어왔다. <재난 영화>가 그런 부분을 채워준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걸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제대로’ 만들겠다는 욕심 없이, 감독은 슬며시 자신의 취향을 내밀고 있다. 누군가는 알겠지 뭐. 아니면 말고. 나로선 ‘음악 영화’라는 이름을 걸고 청춘이니 인생이니 따위 소리를 늘어놓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것보다는(음악도 후진 경우가 많다.) 이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P.S : 이제는 스타가 된 임지연과 변요한의 초기작이다.
P.S 2 : 나는 최대한 여러분이 집에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영화는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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