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문영
김소연, 2015
고등학생 문영은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며 지하철에서 본 사람들을 몰래 촬영한다. 술에 취해서 남자 친구와 싸우던 희수를 보고 녹화하다가 이를 들키면서, 문영은 희수와 이상한 우정을 쌓아간다.
스마트폰이 발달한 요즘 굳이 캠코더를 가지고 다니며 영상을 찍는 취미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생 문영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인지 혹은 불행한 가정환경 때문인지, 세상과 담을 쌓은 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만 하며 캠코더 너머를 관조한다. 그가 있어야 할 가정에서는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가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를 피해 집 밖으로 도망치지만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떠돈다. 그가 희수를 촬영하다가 들킨 순간, 그리고 희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순간, 영화는 그가 지금까지 촬영해온 영상들처럼 문영과 희수의 싸움을 응시한다. 이제 그는 자신이 바라만 봐온 세상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긍정적이고 활발한 희수는 문영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도우려 하고 친해지려는 희수가 문영은 그저 불편하다. 그러나 가족이 없는 문영은 새로운 친구인 희수와 함께 천천히 새로운 삶 속으로 빠져든다. 술을 마시는 아버지를 싫어하는 문영은 희수에게 술을 배우고,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치면서 잠시 해방감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영화는 두 여성의 우정을 마냥 낭만적으로 그리지만은 않는다. 영화에는 문영과 문영의 아버지, 희수가 마치 사이좋은 가족들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희망은 엎어진 밥상의 이미지를 통해 보기 흉하게 부서진다. 친구와 혈연처럼 가까워진다면야 좋겠지만, 싫더라도 같이 있어야 하는 혈연관계와 달리, 우정은 같이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순간이, 침범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 이제 문영은 이 선을 긋는 방법 역시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그토록 보고 싶지 않던 가족에게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영화는 추운 겨울, 어두운 밤거리를 방황하는 문영과 희수를 에너지 넘치는 화면 안에 담고 있다. 이들은 주로 밤에 도시의 골목을 헤매는데, 이는 문영을 둘러싼 사회의 폭력적인 환경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문영은 계속해서 거칠고 어두운 이미지 속을 방황한다. 서로 다른 두 인물의 충돌이 중요한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필요한 이 영화에서 김태리와 정현 두 배우는 각각 개성 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인물을 잘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