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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나가이 타츠유키, 2013

[초이스]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대표 이미지

한번 생각해 보자. 학창 시절, 사고로 죽었던 친구가 귀신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난다면? 그리고 그 죽음의 이유가 나와도 관련이 있다면? 나로서는 무척 두렵거나 공포스러운 상황일 것 같다. 자, 그러면 이 귀신에, 몇 가지를 더해보자. 이 친구는 나의 첫사랑이었으며, 그동안 흘러버린 세월만큼 성장해 있는, 몹시 그립고도 생소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이 애니메이션은,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예의 설정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여러 장르 중에서도 드라마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어떤 장르들보다 매끄럽게, 묘한 감동과 즐거움을 일으키며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초등학교 시절, 철수가 영희를 좋아한대 아니래, 이런 이야기만으로도 하루가 떠들썩하고 흥겹게 지나던 때, 한없이 가볍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시간의 때, 여물지 못해 쉽게 상처가 생기기 쉬운 마음의 때, 바로 그때 일어난 사건으로 천진하게 즐겁기만 하던 이야기가 힘 있게 굴러가기 시작한다.

단짝인 친구들 여섯이서, 함께라는 것만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던 어느 날, 한 아이가 사고로 죽게 된다. 멘마. 죽은 소녀의 이름은 멘마이다. 함께 만든 비밀기지에 모여 서로의 풋사랑을 떠보는 미묘한 상황에서, 멘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허허벌판에서 소나기를 만나듯 불시에 찾아온 그 사건은, 남겨진 친구들의 내면 군데군데를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로, 그 시간 속에 얼어붙게 만든다.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감싸내지 못하고 각자의 기억과 감정 속에 묶이고 만다. 미뤄두거나 감춰두고 있던 것들, 가볍고 유치한 마음들마저 단단한 죄책감들로 변해, 벽돌처럼 쌓여 서로를 바라볼 수 없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흐르지 못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며 이들 사이의 간극은 더 넓어져만 간다.

더해 가는 나이에 맞춰 흉터도 자라가던 어느 날, 단짝 친구들 중 리더였던 남자 주인공, 진땅 앞에 느닷없이 멘마가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진땅 만큼은 들을 수도 만질 수도 있는 멘마가 나타난 것이다. 해맑은 유령과 혼란스럽기만 한 진땅은, 우여곡절 끝에 단짝이던 친구들 모두에게 멘마가 진짜로 나타났다는 것을 이해시킨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다시 하나가 되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왜?
왜 멘마는 성불하지 못하고 다시 나타난 것일까?

이 귀여운 유령 소녀는 살아있을 때 맹하던 그 모습을 배반하지 않고, 다시 나타나서도 이렇게 말한다. “왜 돌아오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 헤헷.” 이라고 말이다. 친구들은 멘마가 잘 성불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방법을 찾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리고 이 와중에 서로 엉켜있던 감정의 끈들, 미묘하게 꼬인 추억들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각자의 얼어붙은 시간들이 다시 함께 모여 흐르기 시작한다.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총 11부작, 15세 이상 관람가인 TV 시리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TV 판에 나오는 내용들을 군데군데 짜깁기하고 인물들의 회상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이지만, 구성이 좋아서 사전 정보 없이 극장판만을 보아도 기분 좋게 이야기 안으로 따라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이런 류의 애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TV 판부터 보는 것을 권장한다. 시리즈에서 주는 감성이 훨씬 더 깊고, 이후 극장 판을 보면 배가 된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과연, 몇 년이 지나도 성불하지 못하고 다시 나타난 멘마의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와 죽음을 이유로, 잘라내는 것 외에 방법을 찾기 힘들 정도로 꼬여버린 친구들의 관계가 멘마의 혼령 또한 묶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그것들을 풀어나가다 보면 성불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멘마가 리더인 진땅 앞으로 다시 나타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다. 단지 엉킴만을 풀어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모쪼록 그 이유는, 직접 애니메이션 안에서 찾아보면 좋겠다. 달달 하고 저린 마음을 문질러 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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