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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1999, 면회

김태곤, 2012

[초이스]1999, 면회 대표 이미지

대학생 상원(심희섭)과 재수생 승준(안재홍)은 집안 사정 때문에 일찍 군대에 간 친구 민욱(김창환)을 면회하러 철원으로 향한다. 승준은 민욱의 여자 친구에게서 헤어지자는 통보를 담은 이별 편지를 받았고, 상원과 승준은 편지를 민욱에게 전해줘야 할지 아니면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지 갈등한다. 편지는 초반에 갈등을 제공하고 마지막에 작은 반전을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봤을 때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기대만큼의 무게를 가지진 않는다. 영화는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한 군대 유머, 90년대 복고 정서 등을 풀어놓으며 유쾌한 코미디 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복고 정서의 경우 관객의 시선을 끄는 주요한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정서는 상실이다. 창원의 눈 쌓인 추운 길을 맴도는 세 젊은이를 비추는 영화는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IMF라는 단어는 초반에 한 번만 등장하지만 이후 인물들의 주변을 무겁게 맴돈다. 뭔가 잘되지 않을 것 같은 무거운 정서는 주인공들이 원하는 하룻밤의 사소한 일탈을 계속해서 방해한다.

영화에는 쓸쓸함을 이겨내는 에너지 넘치는 장면이 두 번 있다. 첫 번째는 세 남자 주인공이 눈싸움을 할 때다. 만약 사회에 있었다면 혹은 같이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아마 그랬을 것처럼 추위도 잊어가며 열심히 눈을 던지고 논다. 두 번째는 다방 종업원인 미연(김꽃비)이 등장해서 세 남자 사이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때다. 그리고 미연과 상원의 만남 또한 상원에게 잊히지 않을 상실로 이어진다.

미연은 손가락이 하나 없다. 세 명의 주인공도 영화가 끝날 무렵이면 상처를 입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고, 물건을 빼앗긴다. 직접 등장하지 않으며 편지 속의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민욱의 여자 친구 에스더 역시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라면 이런 실패는 주인공들의 욕망을 좌절시켜서 상황을 더 코믹하게 만드는, 웃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9 면회>에서는 이 실패가 IMF라는 실체로 존재한다. 젊은이들의 희극이 비극으로 바뀌는 결말은 당시에 20대를 맞은 젊은이들이 이후 겪게 될 88만원 세대로서의 힘든 삶을 암시하는 듯하다. 

배우의 앙상블이 중요한 영화인데 주연 조연 모두 뛰어난 연기로 영화를 잘 살렸다. 코믹한 군인과 상처 입은 젊은이를 오가는 김창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김꽃비는 독립영화에 자주 출연한 친숙한 얼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전에 보여준 적 없던 색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변호인>으로 익숙한 얼굴인 심희섭이나, 이후 같은 광화문 시네마의 작품 <족구왕>에서 복학생 역으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안재홍의 연기력을 이 영화에서 미리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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