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학교 가는 길
이경묵, 2014
이주 100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사회. <학교 가는 길>은 몽골에서 이주해 온 한 가족의 생활을 담고 있다. 인력 시장에서 노동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침부터 밤 늦도록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네 명의 남매들. 정적인 카메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버지의 노동현장과 집, 초등학교 등 가족들의 생활 곳곳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우울한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는 철새처럼 이들의 생활은 힘이 없고 정착하기 어렵다.
작품은 짧은 에피소드들이 다소 빠르게 전개되면서 사건과 정보를 쌓아가고, 전체적으로는 보이스 오버(화면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인터뷰를 통해 해설과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을 선택한다. 현실의 시간축이 진행되지만, 시간의 변화가 강조되기보다는 짧은 에피소드들이 쌓여가면서 읽어내는 현실의 순간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또, 아주 천천히 말하는 목소리는 언어의 불편함이 있기도 하지만, 이들이 처한 심리적 상태를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등장인물들이 겪는 위협적 상황에서 더욱 강한 감정을 전달한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G20 정상회담에 대해 아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달라고 한다. 제작자에게도 설명을 요구하는 듯 보인다. 이 장면 뒤를 이어 새들이 날아가고, 곧 어머니가 G20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이루어진 특별단속에 걸린 사실이 보여진다. 각 장면들이 일정한 서사로서 진행되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비연속적인 짧은 장면들과 빠른 시간의 변화를 통해 가족이 처한 위협을 발견하게 한다. 가족들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관찰하다보면, 점점 이 가족이 처해진 위협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불법체류자로서 이주민의 지위와 한국사회에서 이주민 2세가 겪는 이질감과 좌절, 가난에 대한 힘겨움 등이다.
어머니는 몽골로 송환되고, 딸은 학교를 그만두고 돈 벌러 간다. 아들은 격투기에 대한 꿈을 접는다. 아버지는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긴다. 밥은 줄어들고, 불안한 생활은 지속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한국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다. 불법체류자로서 꿈도 포기당하고, 삶이 위협당하지만, 이들은 몽골로 돌아갈 수 없다. ‘몽골은 일도 없고, 학교도 재미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안와도,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아이의 목소리는 절실하다. 이 순간 ‘불법체류’라는 굴레는 비껴나 버린다. 이것은 아마 생존을 위한 삶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공감을 발휘하는 까닭일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받쳐두면서 이주민 가족의 현실을 조심스럽게 발견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느리지만 강하게 전해준다. 남의 일이라 관심이 없을 수 있는 선주민에게, 지금도 지속되는 이주의 가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