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얼음강
민용근, 2012
양심적 병역 거부자, 혹은 병역 기피자.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을 거부하는 사람들. 사실 어떤 말이어도 좋다. 단지 대한민국에서는 군대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과자가 되어 감옥에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는 사실, 가족뿐 아니라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하는, 꽁꽁 얼어버러서 어떤 파문도 일으키지 못하고,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얼음강`처럼 영화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시린 현실을 보여준다.
낮에는 카센터에서 일하며 꼬박꼬박 엄마와 함께 저녁밥을 먹는 착한 아들 선재는 입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엄마에겐 차마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여호와의 증인으로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이미 몇 번이나 입영 연기를 한 터라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절망에 빠진다. 이미 형들을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감옥에 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릎 꿇고 사정을 하고, 협박을 해도 아들의 결정은 변하지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으로 총을 들기를 거부한 선재에겐 자신의 양심을 버리고 군대를 가는 것이야말로 도망이고 기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너 이런 놈인 줄 알았으면 뽑지도 않았어' 선재가 일하는 카센터 사장의 이 말은 우리 사회의 편견과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군 대신 감옥에 가야 하는 선택 아닌 선택, 그리고 그 낙인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인생 전체를 옭아맨다. 매년 종교적, 평화주의적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 거부를 선택한 이들은 700여 명, 대한민국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로 수감된 인원은 총 1만 7천여 명에 이른다. 이단이라는 낙인으로 누군가에게는 벌써 불편한 ‘여호와의 증인`, 거기에 더해 한국사회의 신성불가침과도 같은 병역문제에 대해 영화는 당신 안의 편견을 깨고 그들의 상처를 보라고, 이해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들을 감싸안을 수 있을까? 우리 안의 그 두터운 얼음벽을 깰 수 있을까. 총 드는 일만 아니면 이 년이건 삼 년이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는 그들에게 우리는 왜 몇 십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일까. 왜 죄없는 내 아들을, 착한 내 아들을 감옥에 보내야 하냐고 절규하는 부모들의 절규를 듣지 못했을까. 한때 한국사회의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일들이 여전히 유효한데도 침묵하고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못내 부끄러웠다.
덧붙여, <얼음강>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매년 제작하고 있는 인권영화프로젝트 <어떤 시선>의 세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뇌병변 장애을 가진 두한과 집안 형편이 어려운 철웅의 우정을 그린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 실버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71세 봉구와 6세 행운이의 만남을 담은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중>, 그리고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까지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