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질식
권오광, 2012
한 남자가 허름한 화장실에 앉아 돈 봉투를 쥐고 울고 있다. 청소부 아줌마가 들어오자, 그 남자는 화장실을 나가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가던 남자는 발걸음을 멈춘다. 돈 봉투가 없다. 남자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다. 돈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청소부 아줌마와 마주친다.
남자에게 있어서 그 돈은 생사의 기로에 선 아들의 수술비다. 그리고 그 돈은 동료를 배신한 대가이기도 하다. 마지막 희망이라 믿었던 돈을 잃어버린 남자는 아들의 병간호에 찌든 아내에게 ‘병신’이라는 말을 듣고도, 우두커니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남자는 돈을 찾기 위해 청소부 아줌마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청소부 아줌마 역시 하루하루를 고된 노동으로 살아가는 조선족 노동자일 뿐이다.
<질식>은 남자가 잃어버린 돈의 행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아이러니를 잘 표현한 영화다. 하층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만큼 무거운 톤과 매너로 점철되어 있지만, 과장하거나 비장하지 않다. 그것은 배우의 연기와 그를 둘러싼 배경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주된 공간은 화장실, 경찰서, 병실, 파업현장, 공사장, 반 지하 방, 장례식장이다.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지만, 우울한 정서를 담고 있는 공간을 주된 배경으로 배치함으로 해서, 남자가 처한 현실의 참담함을 더욱 증폭시키고, 보는 이로 하여금 남자의 감정을 나의 것으로 밀착시키게 한다.
그리고 이야기에 있어 그 현실감이 서스펜스를 만들고 아이러니를 만들어낸다. 이 이야기에 는 승자도 패자도 악인도 선인도 없다. 그저 각자가 처한 상황에 휩쓸려 갈 뿐이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자칫 허무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하지만, 납득가능한 상황의 설정과 과장되지 않은 감정의 처리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우울한 정서를 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질식>은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표현하는 배경과 인물, 이야기가 잘 구성 되어있고,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으로 극적인 재미까지 추구한다. 하지만, 반전만을 위해 달려가는 무모한 영화와는 달리 그 반전 역시 극 자체에 묻어나 왜 이 영화가 <질식>인가를 상기시키게 만든다.
금방이라도 질식 할 것 같은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내 주변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고, 곧 그를 나로 병치시키게 되고,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