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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서브칸셔스 패스워드

크리스 랜드레스, 2013

[초이스]서브칸셔스 패스워드 대표 이미지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오스카 수상에 빛나는 <라이언>의 크리스 랜드레스 감독이 신작 스테레오스코픽 3D <서브칸셔스 패스워드>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그가 애니메이션에 매료되면서 1990년대 당시로는 초기 걸음마 단계였던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세계로 발을 들여 놓게 된다. 그때 감독은 알리아스사(현 오토데스크)와 인연을 맺게 되고, 마야(maya) 3D 프로그램을 활용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초기 단편 애니메이션 <종말 The End>과 <빙고 Bingo>라는 두 작품을 제작하게 되고, 그의 작품들이 마야 유저들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는 CG 애니메이션의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응용 기계공학 석사 출신답게 그가 가공해서 재생하는 기술적 재현은 가히 독보적인 행보였다. 그렇다고 감독이 오로지 기술적 탐닉만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기술적 시도와 함께 그가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담고자 했던 것은 바로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그는 기술력을 활용한 캐릭터의 사실적 구현과 캐릭터 내면세계의 왜곡된 시각적 변형을 교묘히 접목시키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를 완성해 나간다. 캐릭터의 하이퍼리얼리즘에 집착하기 보다는 왜곡된 이미지의 변형을 통한 허구적 재현은 아이러니하게 묘하고 낯선 매력을 선사하며 이전 3D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놓쳤던 감성을 자극하는 데 성공한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그러한 감독 특유의 시각적 스타일과 실재와 환상의 경계가 모호하게 뒤섞인 세계관이 일관성 있게 그려지고 있으나,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편집증적이고 다소 무거운 드라마에서 엉뚱한 상상력과 유쾌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바, 주인공 찰스는 왠지 안절부절못해 보인다. 멀리서 오랜 친구가 반가운 듯 찰스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공포로 변하게 된다. 
“으~ 저 친구 이름이 뭐였더라?, 뭐였지...??”
그때부터 찰스는 자신의 기억력과 사투를 벌이고, 되새김질하듯 계속되는 중얼거림은 찰스의 내면세계의 회로를 타고 60~70년대 인기 퀴즈쇼의 한 장면으로 빠져 들어가게 한다. 

이렇게 작품의 스토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음 직한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소재에서 힌트를 얻었고, 어릴 적 자신이 보고 자랐던 퀴즈쇼로부터 영감을 받아 여기에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초현실주의적 스타일이 더해지면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오가며 펼쳐진다. 특히,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는 <라이언>에 이어 등장하는 바로 감독 자신의 진화해 가는 또 다른 ‘자아’ 찰스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의 자아는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다소 진지하고 무거워 보이는 페르소나를 한 꺼풀 벗어 던졌다. 거기에 감독의 제법 알싸한 유머가 돋보이는 페르소나를 덤으로 만나게 돼서 반갑기 그지없다. 

그래서일까, 다음 작품에는 감독의 어떤 페르소나가 툭 튀어나올지 벌써부터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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