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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반달곰

이정홍, 2012

[초이스]반달곰 대표 이미지

불현듯 이른 아침시간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맺혔다. 이 영화 <반달곰>은 슬프고 애잔하고 답답하다. 현실을 예쁘게 포장하지도 않고 큰 목소리로 자신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거의 들릴 듯 말듯 어눌하게 자신의 이야기하는 주인공 원식의 입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비루한 삶과 조우하게 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대학을 졸업한 원식은 누나와 함께 살고 있다. 누나의 소개로 취직한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 하지만 모든 게 서툴기만 하고, 어색해진 원식은 중간에 피시방으로 땡땡이를 친다. 결국 그 일로 치킨 집을 관두기로 하고, 누나가 사준 점퍼를 다시 벗어 내놓고 피시방으로 간다. 결국 누나와 한바탕을 한 원식은, 치킨 배달 오토바이를 키를 훔쳤을 것 같은 고등학생을 찾아간다. 한바탕 난리 끝에 결국 싸움이 일어나고, 그 길로 치킨 집으로 되돌아간다. “열심히 하겠다”며 다시 치킨을 포장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20대의 만만치 않은 삶을 다룬 단편영화들은 많았다. 아니 많았을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그들 세대들의 이야기니깐. 하지만 <반달곰>은 이들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회적인 이슈나 소재 혹은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피해서 우회로로 돌아간다. 배우들의 연기와 카메라를 통해 천천히 감정을 끌어올린다. 즉, 영화의 ‘정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등장인물들을 정해진 앵글 안에서 연기하는 방법보다는, 배우의 감정을 살리는 방향으로 영화 내내 한곳에 정박하지 않는 카메라 워킹(핸드 헬드)이 정서를 구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참 멀고 어둡고 자존심 상하고 현재가 깜깜한 그 길을 카메라가 주인공과 함께 휘청휘청 걸어가는 장면은 영화에서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멀리 아파트의 불빛만이 스크린에 남는다. 어쩌면 그것을 희망이라고 우리는 포장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을 던지는 것 같다. <반달곰>에서 보여주는 핸드 헬드는 지금의 20대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들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나친 생각일까. 

<반달곰>의 진정성은 원식의 마지막 대사에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열심히 할께요’라는 자기고백. ‘열심히 할께요’라는 자기 고백으로 앞으로도 불확실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방어, 자기 긍정의 신화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 말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희망은 다시 봉인된다. 어쩌면 그게 현실이다. 어설픈 자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잠시 봉합된 삶 그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관객들과 정서적인 일치감을 형성하다. 

모두 힘내서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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