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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천원돌파 그렌라간

이마이시 히로유키, 2007

[초이스]천원돌파 그렌라간 대표 이미지

지하마을에서 계속 굴만 파고 있는 시몬과 카미나, 카미나는 지하 위 세계가 있다고 믿고 꼭 밖으로 나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요코라는 지상에서 온 여자와 만나고 ‘라간’이라는 조그만 얼굴 모양으로 로봇을 얻으면서 겨우 나쁜 촌장이 지배하는 지하에서 벋어난다. 지상으로 나오자 그들에게 아름다운 빛과 자연의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들이 본 아름다운 지상은 사실 나선왕와 수인들이 지배하는, 인간이 사냥당하는 그런 세계이다. 카미나와 시몬, 요코는 인간의 자유를 위해 나선왕과 수인들과 새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사실 이 머리가 큰 웃기게 생긴 로봇들의 디자인을 보고 ‘멋있다.’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어 제목을 보면 ‘이건 뭐 장사로 성공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본에서 2007년에 방영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이들에게는 이미 명작으로 통하는 작품이다. 제작사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유명한 가이낙스. 이 애니메이션은 미소녀, 로봇, 소심한 소년의 성장, 그리고 철학적 세계관과 굉장한 스케일의 액션 등 오타쿠들이 좋아할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다. 비록 일본도와 전함 야마토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 등 약간의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장치들도 가지고 있지만 주인공들의 대책 없는 열혈 대사들이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유아용 로봇물처럼 보이는 이 작품이 우리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바로 투쟁심과 동료애, 사랑, 자유, 그리고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너무나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믿음 때문이다. 

바로 개개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닥쳐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 사랑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믿음, 우리가 우리 스스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그 믿음 말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알고 있다. 세상은 사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바꾸려고 해 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 나만 죽을 뿐이다. 진실에 대한 믿음도, 진정한 사랑도, 용기도, 투쟁심도 압도적인 적의 힘 앞에 패배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반의 일진의 힘 앞에 도대체 무엇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도덕과 용기를 가르치는 어른들은 멀리 있고 무력하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언제나 나쁜 놈인 쪽이 높은 지위에 있고 돈과 법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는 질 거야. 세상은 바뀌지 않아. 강력한 그들의 힘 앞에 우리가 어떻게 이기겠어?” 당연하다. 싸우지 않고 엎드려 있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언제까지 도망칠 테냐. 여태까지의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다.” 라고 말하며 ‘사나이 영혼의 완전연소’를 외치며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라고 폼 잡으며 되지도 않는 싸움을 계속하는 바보 남자가 있다. 바로 카미나다. 

그는 오래전 사라졌던 진짜 남자다. 불의 같은 건 참지도 않고 권모술수 따위는 우습게 여기고 이길 수 없어 보이는 거대한 악당을 향해 소리치며 돌진해 가는 포기를 모르는 진짜 남자 말이다.

카미나는 보잘것없는 굴착 꾼 소년 시몬에게 말한다. “잘 들어 시몬. 너의 드릴은 촌장의 것이 아냐. 너의 드릴은 너 자신이야. 너의 드릴은 하늘을 뚫어버릴 드릴이라구!”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의 제목 ‘천원 돌파’의 의미다. 

그리고 그게 묘한 감동을 준다. 우리가 바로 지하에서 작은 드릴로 굴이나 파고 있는 시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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