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도쿄 마블 초콜릿
시오타니 나오요시, 2007
달달 하다. 우선 제목부터 달달 한 애니메이션, <도쿄 마블 초콜릿>. 이 애니메이션은 구성이 특이하고 재미있는데, 어느 커플의 사랑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시선으로 나눠 두 가지 이야기로 풀어준다는 것이다. ‘전력소년’(28분)과 ‘또 만나요’(27분)라는 두 편의 이야기로 같은 시간을 다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먼저 본 이야기의 밋밋함을 뒤에서 채워내며, 보는 이들의 입안에서 달콤한 마블링을 완성해 낸다. 눈이 내리는 로맨틱한 도쿄 어느 곳에서 남녀의 감정이 뒤섞인다. 사랑 이야기들이 으레 그렇듯이 쓰디쓴 오해와 달달 한 설렘이 만나 달콤쌉싸래한 초콜릿을 만들어낸다.
지나친 소심함 탓에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해 항상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곤 했던 남자는 새로 사귄 여자 친구에게는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로 마음먹는다. 반면 항상 텀벙대며 실수를 연발, 연애에 실패해 왔던 여자는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는 그에게, 또 실수를 저질러 차이기 전에 먼저 이별을 선언할 준비를 한다. 함께 쌓아온 시간들에 대해 이렇듯 다른 견해를 가지고 상반된 선택을 하는 그들의 이름은 역시 남자와 여자. 남자의 이야기를 먼저 보는 순서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반대순으로 보면 색다른 즐거움이 있는, 조리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레시피가 바뀐 마냥 또 다른 맛이 나는 재미가 있다.
자, 그럼 리뷰의 시선도 한번 뒤집어 보자. 극 중 초반, 이들이 부르는 연가에서 중요한 악상기호가 되어주는 캐릭터 하나가 말 그대로 난입한다. 그런데 안 귀엽다. 이질감이 든다. 갑자기 포켓몬스터가 등장한 느낌이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키와 방향성이 되는 ‘미니로바(미니 당나귀)’ 라는 캐릭터를, 도대체 왜때문에 이런 생김새로 그려 넣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좀만 더 귀엽게 디자인해줬더라면!
짜증스러울 정도로 소심한 남자와 코미디 같은 비극들을 자연스럽게 저지르는 여자. 내 친구라도 공감 안가고 답답한 이 둘은 그치지 않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우연의 향연들 속에서 소꿉놀이 수준의 연애를 닭살 하나 돋지 않고 한다. ‘사랑한다’도 아니고 ‘좋아한다’이다. 물론 그들은 진지하며 한없이 로맨틱하다.
이 작품은 <인랑>과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프로덕션 I.G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만든 ‘연애작품’이라 한다! 그렇다 한들 2008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08)에서 경쟁부문 대상을 탄 작품이기도 하다니 제법 볼 만한 작품인 듯싶다. 내 연애세포들의 나이를 알고 싶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보는 내내 지루했고 끝난 후에는 가려운 뒷목을 긁고 있다면 당신은 제법 숙성되거나 단단해진 심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테고, 말랑말랑하고 달달 한 기분이 되어 있다면 당신은 순수하고 로맨틱한 사람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좋으므로 안심하고 보자. 당신이 여자라면 ‘또 만나요’부터, 남자라면 ‘전력소년’부터 감상할 것을 추천해 드리는 바이다. 어차피 DVD도 각기 다른 디스크로 분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