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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메리와 맥스

아담 엘리어트, 2009

[초이스]메리와 맥스 대표 이미지

아담 앨리엇 감독이 그리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속 인물들은 잘나고 똑똑한 캐릭터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리바리하고 어딘가 덜 떨어져 보이는 인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거기에 더 보태서 불안과 장애를 보이는 캐릭터들이 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애니메이션 속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100%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캐릭터들은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거나 혹은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그것이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만나면서 창조된 산물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들에서 읽혀지는 캐릭터들에서는 진실이 모락모락 묻어나서 그 어떤 잘난 영웅담 보다 늘 더 강한 감동을 받게 된다.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메리와 맥스>의 이야기는 1970년대 중반,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8살짜리 사춘기 소녀 메리는 이마 위에 남겨진 몹쓸 모반의 흔적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하고, 점차 외모 콤플렉스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 메리의 고민을 위로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외로움을 보태는 가족들. 한 마디로 가관이다. 언제나 술에 찌들어 사는 엄마. 설상가상으로 도벽까지 있어 가는 곳곳마다 메리를 난처하게 만들기 일쑤이다. 메리의 아빠는 언제나 회사 일로 바쁘고, 모처럼 집에 있어도 오로지 자신의 취미 생활인 박제에 빠져 사는 탓에 메리는 가족과 함께 있어도 늘 외로운 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메리에게도 소중한 친구가 생기게 된다. 상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뉴욕시의 전화번호부를 보고, 그곳에 사는 아무개 씨에게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적어 무작정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한다. 메리의 편지는 미국 맨해튼의 어느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사는 44살의 맥스 제리 호로비츠라는 이름을 가진 중년의 남자에게 배달된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자폐증과 비슷한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맥스는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지 못하는 탓에 세상으로부터 별난 사람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점점 더 사회로부터 격리되면서 외롭게 살아간다. 그에게 유일한 친구라곤 애완용 물고기와 앵무새, 그리고 같은 층 복도 끝에 사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할머니뿐... 우연히 시작된 펜팔을 계기로 이 둘은 나이와 공간을 초월하여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무려 22년간의 우정을 지속하게 된다. 

비록 이야기는 상처와 외로움, 불안과 장애로 가득하지만, 결코 처절하거나 어둡지 않다. 클레이로 만들어진 캐릭터의 투박함과 톤은 오히려 경쾌하고 흥겹기까지 하다. 정상에서 벗어난 인물로 그려지는 유별난 성격의 맥스와 외모 콤플렉스로 고민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지닌 소녀 메리의 삶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우리는 실사영화 속의 어떤 주인공들보다 더 강하게 이들에게 이끌려 몰입하게 된다. 

<메리와 맥스>를 포함한 감독의 전작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바로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이다. 그것도 불안과 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이거나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가 언제나 먼저 손을 내밀고, 조건 없이 세상을 끌어안고 용서한다. 그렇기에 감독의 작품에는 늘 희비극이 교차하면서 동시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투박한 캐릭터들이 갖는 슬픔과 아픔을 그대로 드러내 놓지 않고, 장난스럽고 경쾌한 유머로 가리는 역설이 보여주는 정서적 울림! 그래서 감독의 작품들을 보고 나면 난 늘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과 여운을 오랫동안 느낀다. 입꼬리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물을 살짝 머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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