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KJFG 넘버 5
알렉세이 알렉시브, 2007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면 왠지 예술의 결정체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진다. 그것도 그런 것이 최소 6개월, 보통은 1년 그리고 어떤 작품들은 3~4년까지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니까 많은 의미를 넣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넣다 보면 러닝타임은 점점 길어지게 된다. 간단히 10분을 넘어 버린다.
그런데 또 관객 입장으로 영화제에 가게 되면 알 듯 모를 듯한 예술성으로 10분을 넘어가는 지루한 작품들을 연달아 보게 되면 ‘제발 다음 거는 재미있는 작품이기를......’ 하는 외침이 마음속에서 들린다. 그럴 때 가끔 한겨울 산속에서 마시는 믹스 커피 같은 작품이 등장하곤 한다. 지루한 작품으로 얼어버린 관객들의 마음을 녹이는 한없이 유쾌한 작품, < KJFG NO 5 >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07년 SICAF 영화제였다. 몇몇 예술적이지만 지루한 작품이 지나고 이상한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시작되었다. 숲 속에서 곰과 늑대와 토끼가 연주회 연습을 하며 시작되는 이 작품은 러닝타임이 고작 1분 59초이다. 정신없이 웃다 보면 끝나있다. 횡단보도에서 브래드 피트를 만난 것처럼 짧고 강렬하다. 영화는 음악적이고 원초적이며 또 재미있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은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감독인 알렉세이 알렉세예프를 나중에 파티에서 만났다. 키가 크고 멋진 구레나룻을 기른 헝가리 감독이었다. 반가워서 제목이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니 관객들이 작품을 보기 전에 아무런 이미지도 떠올리지 못하게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KJFG’, 그것도 ‘넘버 5’라니.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예상할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원래는 친구들과 함께 보려고 재미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친구들도 재미있어했겠지만 모두들 재미있어해서 전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또 미국의 애니메이션 채널에서 시리즈 제안을 받아서 몇 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헝가리의 애니메이션 상황도 힘들다고 하는데 그가 이 작품으로 조금은 풍요로워졌기를 바라며 나도 이런 재미있는 작품 만들어야지, 생각해 본다.
이 작품은 유튜브에서 ‘KJFG NO 5’ 를 찾으면 쉽게 볼 수 있다. 점심시간 같은 때를 이용해서 보시라. 유의 사항은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그러면 작품이 끝나고도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은 늑대의 ‘우우~우우우~’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무슨 소리냐구? 글쎄 보면 아신다니까요.